문정부,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윤정부 검찰 갈등 '불씨'로
윤-김 이해충돌 해소에도 남용 이유로 현상 유지
"전례 없어…내용이 중요해 따르는 것으로 해석"
이원석 총장 복원 요청했지만, 박성재 장관 거부
[서울=뉴시스]박선정 하종민 기자 =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비공개 조사 이후 검찰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이번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는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 박탈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도 복원되지 않은 상황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다. 문 정부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 여사가 이해충돌하는 것을 감안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이런 사유가 해소됐음에도 수사지휘권 남용을 이유로 복원하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례 자체가 드물고,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처럼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사례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보고의 대상 및 범위, 복원의 방법 등에 대한 검찰 내 해석도 분분하다.
추미애,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
같은 해 10월엔 서울남부지검의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던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하도록 지휘라인에서 그를 배제한 바 있다.
추 전 장관에 이어 취임한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2021년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한 증인의 모해위증 혐의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것은 검찰청법 제8조로, 해당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대로 보면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최초 사례는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이인 장관이 당시 권승렬 검찰총장에게 발동했던 것으로, 임영신 상공부장관 등의 독직사건에 대해 불기소를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임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불구하고 기소됐으며, 현재의 검찰청법이 제정(1949년 12월20일)되기 이전에 발생했던 일이었다.
검찰청법에 근거해 법무부 장관이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이다.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불구속을 지시했고, 김 총장은 천 장관의 지휘를 수용했지만 그 대신 항의성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수사지휘권 복원을 위한 수사지휘권 발동?…"명확한 근거 없어"
윤 대통령의 후임이었던 김오수 전 검찰총장도 당시 박범계 전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권교체 후 윤 대통령이 지명한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박성재 법무부장관에게 복원을 요청했지만, 박 장관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상충 문제로 수사지휘권이 박탈됐던 윤 대통령이 이제 그 문제에서 벗어난 데다 이 총장은 그런 문제가 없는 만큼 수사지휘권이 복원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에서는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관이 재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다시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수사권 회복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총장 수사지휘권 회복을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돼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법에서는 장관의 수사지휘권만을 정의했을 뿐 지휘 내용을 규정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또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 요청도 관련 법에는 규정된 바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식 요청'의 경우도 총장의 요청권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식'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 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검찰 한 고위 관계자는 "추 전 장관이 2020년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당시에도 특정한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전면 배제하도록 하는 장관의 지휘가 가능한지 논란이 됐다"며 "법률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전례도 없던 상황에서 장관이 그런 지휘를 하는 것은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논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사건의 보고를 어디까지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다만 수사지휘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내용에 따라야 되는 것으로 해석됐고, 결국 지금까지 그렇게 해석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전' 아닌 '휴전' 상태…계속되는 검찰 내 갈등
김 여사 조사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이 총장이 지난 22일 이 지검장을 불러 크게 질책하고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검찰 내 분열이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명품백 수수 사건의 조사가 불확실했고, 사전 조율 과정을 보고할 경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까지 함께 보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사후 보고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여사 조사에 대해 특혜 시비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이 총장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대검 감찰부의 수사팀 면담 조사 시도와 이에 대한 수사팀의 거센 반발로 갈등이 깊어졌다. 명품백 수수 사건을 담당했던 김경목 부부장 검사가 대검 진상조사 소식에 반발하며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 25일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이 현안 사건에 대해 대검과 긴밀히 소통하고 수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협의하면서 내분이 봉합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검찰 내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 파악 결과가 발표되고, 사후보고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질 경우 언제든지 갈등은 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후보고 사유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거론될 경우 총장의 박탈된 수사권 및 회복 방안에 대해 다시 논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현직 검사는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으로 가긴 했지만,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현직 검사는 "수사지휘권 박탈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빨리 정리돼야 조직 내 동요도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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