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삼자' 채상병 특검법 완급 조절…분란 차단, 대야 결집 주력
친윤계 '원내 사안' 주장하자
친한계도 "당내 논쟁 실익 없다"
거야 특검·탄핵 공세에 당 결집 집중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 출마 과정에서 추진 의사를 밝혔던 '제삼자 주도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수위 조절에 나섰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당장 야당 주도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삼자 특검법을 더 논의할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가 당분간 관련 발언을 자제하면서 당내 결집과 당정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제삼자 채상병 특검법이 원내 반대에 부딪힐 경우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 "정치는 살아있는 것"이라며 "제가 제삼자 특검법을 내놓음으로써 여러 가지 돌파구가 이미 생겼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제가 말한 특검법을 전면 거부한 상황"이라며 "이런 부분을 감안해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미 제삼자 주도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특검법 논의 자체의 효용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정국에서 벗어나 야당과 협상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지도부 출범 이후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당대회 내내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것이고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무소불위 법률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며 기존 당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날에는 취재진과 만나 "(제삼자 특검법이) 하나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설명드리겠다"면서도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은 절대 통과하면 안 된다. 대단히 무도한 입법 폭거를 우리 의원들이 막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지도부 출범 이후 연일 '통합'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친한계 인사들도 당내 갈등 재점화 등을 우려해 특검법 논의에 당장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한 친한계 핵심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똑같은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한 대표의 제삼자 특검법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국정농단' 특검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 제안이) 당 대표 권한이냐, 원내 권한이냐를 가지고 (싸우는 건) 실익이 없다"고 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우리가 또다시 대통령 거부권만을 기대하면서 (있을 수는 없으니) 당 나름의 노력을 해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일단 민주당 주도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됐으니, 저쪽에서 어떤 특검법을 발의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한 대표 취임 이후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오르는 등 컨벤션 효과가 있다"며 "한 대표가 이 상황에서 제삼자 특검법을 강하게 주장하면 결국 대통령과 싸우자는 건데, 정무적 판단 등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여당 의원 대다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특검법을 논의하기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삼자 채 상병 특검법 등 추진 여부와 관련 "(민주당이) 더 강한 특검법을 낸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이 특검법을) 내놓으면 저희가 제삼자든, 제4자든, 제5자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에 "우리가 특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은 법적 요건이 위배되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 등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제삼자 특검법 논의가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의 권한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최고위원회 등에서 당 단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 대표의 속도 조절에도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으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기 보다는 당 결속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뉴시스에 "한 대표가 (당론과 달리) 채 상병 특검법을 계속 주장하면 (당내에서) 한동훈 특검도 하겠다고 하지 않겠나"라며 "작전상 (당내) 연대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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