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韓양궁, 현대차 '첨단기술'로 금빛 사냥

박찬규 기자 2024. 7. 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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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맞춤형 그립 제작, 고정밀 슈팅머신, 개인 훈련용 로봇 등 눈길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를 넘어 세계양궁협회 후원도 이어가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후원을 이어온 '세계최강' 대한민국 양궁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금빛 화살'을 쏠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 동안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 기록을 써내려가는 중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R&D 기술을 활용, 실제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훈련장비를 개발해 2016년 국제대회부터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에 이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을 통해 대표선수들의 훈련을 지원했다.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로봇과 1:1 대결로 경기 감각 향상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사진=박찬규 기자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은 선수들이 상대 선수 없이 1:1대결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로봇이다. 원하는 시간에 바람의 영향 외에 오차요소가 거의 없는 로봇과 대결을 펼치며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다.

슈팅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를 이용해 바람 등 외부 환경 변수를 측정한 후 조준점을 정밀하게 보정하며 명중률을 향상시킨다. 이를 통해 평균 9.65점 이상의 명중률을 확보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

조준점 보정 과정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선수들이 바람의 세기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참고 요소로도 활용 가능하다. 외부 환경 변수로 인한 탄착군 변화량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슈팅로봇은 7월 초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2차 스페셜 매치에 투입돼 선수들과 대결을 진행하는 등 파리 대회 직전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하는 다각도 카메라 장비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는 개인 슈팅 훈련시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하고 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선수를 촬영한 피드백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각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완벽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선수의 동작과 피드백 영상 간 시간차를 0초부터 9초 전까지 설정할 수도 있다.

만약 딜레이 시간을 5초 전으로 설정해 슈팅 훈련을 한다고 가정하면, 선수가 화살을 발사한 후 화면을 통해 5초 전 시점부터 화살을 발사한 후까지 자신의 자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4단계 천천히 보기(0.125배속, 0.25배속, 0.5배속, 1배속) 기능을 지원하는 슬로우 모드를 통해 슈팅 자세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고정밀 슈팅머신: 최상 품질의 화살만 골라낸다


슈팅로봇을 활용하면 안정적인 탄착군을 형성한 화살만 추려낼 수 있다. /사진=박찬규 기자
양궁에서 화살은 활과 함께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다. 선수들은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가 협의해 제작한 기기가 '슈팅머신'이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30m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신규 화살 중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선수들이 균일한 품질의 최상급 화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자동화한 장치다.

현재는 2016년 리우대회를 위해 제작한 장비보다 정밀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로봇을 국제경기 시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이 사용할 화살 선별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점수 자동 기록 장치: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


'점수 자동 기록 장치'는 정밀 센서 기반의 '전자 과녁'을 적용,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자 과녁은 무선 통신을 통해 점수를 모니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준다. 선수나 코칭 스태프가 직접 과녁에 가거나 망원경으로 보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점수만 표시되는 것이 아닌 화살 탄착 위치까지 모니터에 표시된다.

점수와 탄착 위치 데이터는 훈련 데이터 센터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을 갖춰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는 선수의 발사 영상, 심박수 정보 등과 연계해 선수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 점검하고 지도하는데 활용됐다.


비전(Vision)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 측정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사진=현대차그룹
심박수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나타내는 중요 지표. 현대차그룹은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원했다. 선수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 심박수를 측정하는 장비다. 경기나 훈련 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보다 정교한 심박수 측정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선수 얼굴 영역을 판별하고 주변 노이즈를 걸러내는 별도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했다. 훈련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용 원거리 고배율 카메라도 적용했다.

양궁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는 훈련 과정에서 축적된 심박수 정보와 점수 데이터를 연계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심리 제어 훈련을 통한 경기력 향상도 꾀했다는 후문이다.


맞춤형 그립: 선수의 손에 최적화된 그립을 3D 스캔해 3D 프린터로 제작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오진혁 선수의 실제 그립 /사진=박찬규 기자
통상적으로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직접 손질한다. 기성품 그립을 자신만의 수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에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다시 손에 맞도록 다듬어야 해 컨디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mm 미만의 오차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는 양궁 경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립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3D 스캐너 및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선수들이 이미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스캔해 그 모습 그대로 3D 프린터로 재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리우대회부터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선수들에게 제공했으며 도쿄대회부터는 알루마이드, PA12 등 신소재를 활용하는 등 그립 재질을 보다 다양화했다.

알루마이드는 알루미늄과 폴리아미드를 혼합한 소재로 현대차·기아 생산공장의 다양한 검사 공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알루마이드 그립은 가벼운 데다 미끄러짐이 거의 없어 선수들의 높은 선호를 받았다.

신소재 PA12는 고밀도, 내화학성, 방수성 등의 특징이 있어 자동차 부품 소재로도 활용된다. 그 외에 우레탄이나 원목 등 기성품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재질도 선수들의 선호에 따라 다양하게 공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맞춤형 그립은 3D프린팅이 가능한 소재라면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제작이 가능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슈팅로봇은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선수들 실력이 워낙 출중해 상대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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