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준금리 내린 날 상하이 증시 '주르륵'…왜?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양병훈 2024. 7. 2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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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R 인하한 날 상하이지수↓ 홍콩 H지수↑
"기준금리 인하 효과, 홍콩 내수株에 집중"
"3중전회서 과학기술 강조한 영향" 분석도
홍콩이 본토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고
외국인 환차손 막는 달러 페그제도 뒷받침
중국의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 청사.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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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중국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 금리를 3.45%에서 3.35%로, 5년물 금리를 3.95%에서 3.85%로 각 0.1%포인트씩 내렸습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LPR 1년물 금리를 3.55%에서 3.45%로 내린 뒤 1년 가까이 이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5년물 금리를 내린 건 지난 2월(4.2%→3.95%)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시장 참여자 중 절반은 이 결정을 예측했고, 나머지 절반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증권가에선 "의외다"라는 반응과 "예상했다"는 반응이 모두 나왔습니다. 다만 이 소식이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다가온 건 확실한 듯 보입니다. 인민은행의 LPR 인하 발표 뒤 주요 외신은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금리 인하는 '큰 정치적 회동'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만회하려는 당국의 조급한 마음을 보여주는 조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블룸버그가 말한 '큰 정치적 회동'은 지난 15~18일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말합니다. 주요 전문가들은 이번 3중전회에서 중국이 경제 개혁과 산업 진흥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다소 밋밋한 행사였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습니다. 그랬던 차에 '깜짝 LPR 인하'라는 새 조치를 내놓은 겁니다.

흥미로웠던 건 발표 이후 시장이 보인 반응이었습니다. 당일 오전 상하이종합지수는 이 발표 뒤 잠깐 반등하는 듯했지만, 오후 들어서는 오전보다 더 낮은 값까지 내려갔습니다. 결국 이 지수는 지난 22일에 전 거래일 대비 0.61% 떨어진 채 장을 마쳤습니다. 홍콩 H지수의 움직임은 반대였습니다. 이 지수는 당일 오전에 마이너스였으나 오후 들어 반등해 전일 대비 1.44% 상승 마감했습니다. LPR 인하가 상하이지수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H지수는 밀어 올린 겁니다.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때 체험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돈을 풀자 증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죠. 중국의 이번 LPR 인하가 당시의 미국처럼 전면적인 양적 완화는 아니기 때문에 증시가 아주 많이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법한데요. 왜 당시 상하이지수는 떨어지고 H지수만 올랐을까요.

이에 대해 증권가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얘기를 들어보니 모두 분석 내용이 달랐습니다. 그만큼 최근 중국 증시의 난도가 높아졌다는 얘기 같기도 합니다. 몇 가지 핵심 내용을 뽑아보니 ▲LPR 인하는 내수를 겨냥한 건데 이런 기업이 홍콩 증시에 많다는 점 ▲3중전회 문건에 나온 과학기술 육성 정책의 수혜 기업이 홍콩 증시에 많다는 점 ▲홍콩 증시가 지금까지 하락 폭이 컸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측면에서 더 나아 매수세가 들어왔다는 점 ▲LPR 인하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의 영향을 홍콩 증시가 덜 받는다는 점 등으로 요약됐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수 관련 기업이 홍콩 증시에 많고 수출 기업이 중국 본토에 많은 게 두 증시가 다른 모습을 보였던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상하이 증시는 상장 종목의 시가총액에서 제조업종이 60~70%를 차지하고, 홍콩 증시에서는 반대로 서비스업이 60~70%를 차지한다"며 "최근 중국 기업의 상황을 보면 제조업종은 LPR 인하를 해줘도 득을 볼 게 없지만 서비스업에는 이익이 있어 두 증시의 향방이 갈렸던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연구원이 이런 평가를 한 건 제조업은 실적에서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서비스업은 내수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중국 수출 기업은 금리가 높아서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LPR을 낮춰줘도 이들에게는 별 실익이 없다"며 "반면 LPR 인하가 예금 등으로 은행에 쌓여있던 돈을 밖으로 빼내 소비를 일으키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내수주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LPR 인하보다는 3중전회 결과가 홍콩 증시의 기술주를 밀어 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20기 3중전회에서 나온 '전면 개혁 심화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대한 중공중앙 결정' 내용을 보면 이전 회의(18기)에 비해 발전, 안보, 기술에 대한 언급이 확연히 많아졌다는 게 성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그는 "이번 3중전회에서 신품질생산력을 강조한 게 직후 홍콩 증시의 반도체주가 오른 배경"이라며 "추후 관련 부서의 세칙 발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성 연구원과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는 "이번 3중전회에서 IT(정보기술) 섹터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게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홍콩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당일 게임 판호(版號·중국 내 유통 허가)가 여럿 나왔는데 거기에 텐센트의 게임이 포함된 것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빅테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이제 거의 끝났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했습니다.

홍콩 증시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매력, 홍콩의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도 H지수가 상승한 배경으로 언급됐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사태 뒤 고점부터 저점까지의 하락 폭은 H지수(-59.61%)가 상하이지수(-27.27%)보다 컸기 때문에 이날을 포함해 향후에도 더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주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외국인으로서는 상하이 증시에 들어간 상태면 환차손을 입지만, 홍콩 증시에 들어갔다면 그런 우려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달러 페그제는 홍콩이 1983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로, 통화 가치를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고정하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LRP 인하로 상하이든 홍콩이든, 중국 증시가 얼마만큼 반등할 수 있을까요?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하는 심리가 더 강해 대세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본토든 홍콩이든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 게 지금 중국 증시의 상황"이라며 "외국인도 올 중순부터는 이렇다 할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도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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