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탁구 게이트’ 언급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대표팀 ‘원팀’ 되는 게 중요”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최근 발간한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에서 지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하극상을 일으킨 이른바 ‘탁구 게이트’ 사건에 대해 “요르단전에서 패하고 숙소에 돌아와서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창의성과 원팀 정신의 오묘한 관계를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26일 정 회장이 낸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펴낸 브레인스토어 출판사가 공개한 책 내용 일부에 따르면 정 회장은 축구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무기력하게 패해 의아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고, 그 이후 경기 전날에 손흥민과 이강인이 주먹다짐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정 회장은 “이 사태를 팬과 국민에게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고, 목격자가 70여 명에 달해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언론에 알려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당시 ‘탁구 게이트’ 사건은 영국 매체 더 선을 통해 처음 보도됐고, 이후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보도를 빠르게 인정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당시 ‘탁구 게이트’ 사건을 두고 이강인에 대해 강한 비판 여론이 일었던 것에 대해선 정 회장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은 재능 있고, 창의성이 넘치는 분위기의 젊은 선수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군대에서나 쓰는 ‘하극상’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서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각에서 대부분의 비난이 이강인에게 쏠렸다”며 “이런 해석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수긍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세대 간의 차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인정하고, 그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한국 축구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모두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에 대해선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고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감독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선수들을 존중하면서 이들이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임무이자 업무(Job)라고 판단하는 스타일”이라고 묘사한 후 “그래서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의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던 거 같다”고 짚었다.
정 회장은 끝으로 “축구협회는 그동안 기량이 우수한 선수를 길러내 유럽 무대에 진출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 전력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아왔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저학년 전국대회나 연령별 대표팀부터 서로 존중하면서 원팀이 되는 것을 더욱 강조하려고 한다. 원팀 의식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지금 수준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고 대표팀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축구협회의 목표는 국제적으로 통하는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키워내고 이들이 모인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선수, 좋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역대 월드컵의 수많은 이변과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시안컵도 그런 사례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한국과 일본이 먼저 탈락했고 카타르와 요르단이 결승에서 대결했다. 결승에 오른 두 팀에는 유럽 명문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전무했다. 재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한 팀이 되느냐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해야만 한다. 아시안컵은 우리에게 이런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 브레인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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