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2억 뛰어도 샀다"…'패닉바잉' 번질까

김미리내 2024. 7. 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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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톡톡]서울 18주 연속↑…주간 0.3% 상승
"정부 공급책으론 못 막아" 전문가들도 우려
고금리·유동성 부족…"상승 한계 올 것" 의견도 
# 서울 송파구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매매가 15억원에 손바뀜됐다. 한달 전인 6월 초 같은 동 같은 면적이 1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1억4000만원이 올랐다. 

# 금호동 신금호역 인근 '신금호파크자이' 역시 한달 사이 집값이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 17일 전용면적 59㎡가 매매가 1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동일 면적이 13억1000만원에서 거래된 바 있다. 

"지금이 가장 싸다."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서울 주택시장에 퍼지면서 '패닉바잉(Panic Buying)' 조짐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패닉바잉은 가격 상승이나 물량 소진 등에 대한 불안으로 가격을 따지지 않고 생필품이나 주식, 부동산 등을 사들인다는 의미죠.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이미 '패닉바잉' 상황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던 정부도 일주일새 입장을 바꿔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공급대책 총력에 나선다는 방침이죠. 무섭게 오르는 집값이 잡힐까요? 

주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그래픽=비즈워치

강남4구, 마용성 달린다…18주 연속 집값 상승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주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전주 대비 0.3% 상승하며 5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정부가 "괜찮다"고 했는데도 말이죠.

지역별로는 강남 4구와 '마·용·성' 상승폭이 여전히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강남4구는 송파(0.56%), 서초(0.46%), 강남(0.42%), 강동(0.37%) 순으로, 마용성은 성동(0.52%), 용산(0.39%), 마포(0.40%) 순으로 전주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였어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지역 중심으로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시세 상승이 지속하며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매도희망자 다수가 시장 추이 관망을 위해 매도를 보류하면서 전반적인 매물량은 감소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어요.

아파트 매매 가격은 수도권(0.13%→0.15%)도 전주 대비 상승폭을 늘렸는데요. 서울과 수도권의 높은 상승세에 힘입어 전국 매매가 역시 0.06% 오르며 전주(0.05%) 대비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0.03%로 여전히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5대 광역시는 0.05% 하락, 세종시도 0.02% 하락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급책만으론 집값 잡기 어렵다" 

정부도 "추세 상승은 아니다"라더니 너무 빠른 상승 속도에 입장을 바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5일 부처 합동으로 '제1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가용한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죠. ▷관련기사 : 정부 "주택공급 확대 위해 가용한 정책 총동원"(7월25일)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책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집값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는 공급책만으로 '불안'이 주도하는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죠.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공급대책으로 당장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만큼 올해, 내년에 집을 마련해야 하는 수요자들에게 (공급책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면서 "수요 분산을 위한 다른 유인책이나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실제 1만2000여가구 집들이가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대규모 입주로 매매가격 조정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예상과 다르게 입주 물량이 늘어남에도 강동구 매매가가 오르는 상황입니다. 입주 물량조차 시장의 '불안'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죠. 

상승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규제관리지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신고가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 외 지역은 아직 전고점을 넘은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윤 위원은 "전고점을 뚫기 위해서는 낮은 금리나 풍부한 유동성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코로나 당시와 지금은 경제 상황이 달라 패닉바잉이 나타나도 기준점은 전고점이 될 것이며, 이를 뚫기 위한 동력은 부족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어요.

주간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그래픽=비즈워치

'아파트'로 나뉘는 전세시장...흐려진 신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2주째 우상향 중입니다. 전주 대비 전셋값이 0.18% 오르며 지난주와 같은 상승폭을 보였죠. 수도권(0.14%→0.15%)은 상승폭 확대, 전국(0.06%)은 상승폭을 유지했고요. 지방(-0.02%→-0.02%)은 하락폭이 지속됐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대단지 위주로 매물 부족과 대기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상승거래가 발생하며 인근 단지와 구축으로 상승세가 확산하며 서울 전체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전셋값은 철저히 입주물량으로 움직이는 시장인데요. 서울 내에서도 아파트 물량에 따라 분위기가 나뉘고 있어요. 아파트 물량이 많은 곳은 전세가격도 안정적인 패턴을 보이지만, 비중이 낮은 지역들의 경우 전세가격이 요동치고 있는데요. 

윤수민 위원은 "전세가격 영향은 아파트가 얼마나 많이 공급되느냐가 첫번째 요인"이라며 "재고주택 중에서도 아파트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져 아파트 비중이 낮은 지역은 지역에 상관없이 전세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어요.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시스템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요. 김인만 소장은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책과는 별도로 전세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이어 "역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 보증보험 한도를 늘리고, 전세사기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전자계약 도입이나 '에스크로'(집주인이 보증금의 20~30%를 은행 등에 예치하도록 하는)제도 등 구체적인 방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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