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1200명 징용 피눈물 '사도광산'…결국 세계유산 등재
시민단체 "전체 역사 사실대로 반영할지 신뢰하기 어려줘"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곳의 과거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27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제공한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 동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사도 광산에 동원된 조선인은 최대 1200명이다.
이 자료는 정혜경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과 허광무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이 지난 2021년 작성한 것이다.
사도 광산에선 1940년대 일본의 침략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군자금 마련이 이뤄졌다. 최초엔 직할령으로 지정해 각 성에서 직영으로 운영했지만, 1896년 미쓰비시 합자회사의 손에 넘어가며 미쓰비시 소속이 됐다.
사도 광산은 1939년 2월부터 조선인 동원을 시작했다. 할당 모집 방법으로 충남 지역 출신자들을 1진으로 동원했다. 최초 동원 규모는 현재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1촌락당 20명의 모집을 할당했다'는 당시 기록을 감안할 때 수십명 단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사도 광산엔 1940년 2월부터 1942년 3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충남과 경북, 전남, 전북, 충북, 함남 등의 조선인 1005명이 동원돼 그 수는 최대 1200명으로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조선인 광부들은 기껏해야 3~5년간 일하고 죽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가혹한 노동 환경과 광산 지형을 변경시킬 정도의 중노동, 낙반·매몰 등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었던 것이다.
채굴시 갱내에 축적된 돌가루와 어둠을 비추기 위해 사용한 횃불의 유독가스가 이들의 폐를 괴롭혔다. 또 갱내에서 암석을 다이너마이트로 폭발할 때 공중에 먼지처럼 떠돌던 돌이 폐에 쌓이면서 호흡이 곤란해지는 '진폐증'이 만연했다.
조선인이 목숨을 잃은 대가는 고스란히 일본의 한반도 침략과 영토 확장 야욕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당시 조선인 한 사람당 평균 월급으로 83엔 88전(1943년 4월 기준)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임금 지급 때 차비와 식비, 숙박비, 조선총독부에 지급한 비용, 곡괭이 등 도구비, 후생 연금보험을 공제해 사실상 개인에게 돌아오는 돈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일본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강제로 급여를 저축하도록 한 데다, 이를 돌려주지 않은 채 1949년 2월 전부 공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 "한일 간 투표 대결 없이 등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 동의한 이유에 대한 "(일본이 사도 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질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시기를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본이 요청한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보류했다. 메이지 시대 이후 역사적 물증이 많은 지역은 등록 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미쓰비시의 3개 시설지(나가사키 조선소, 다카시마 탄광, 하시마 탄광)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들 지역 역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졌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 3곳에선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이자 '세계에 자랑스러운 현장'이란 등 편향된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국언 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사도 광산과 관련해서도 "일본이 전체 역사를 사실대로 기술할 것을 주문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의 요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군함도(하시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시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강제노역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데 이어, 부속 조치로 약속해 설치한 '정보센터'에선 '오히려 좋은 조건이었고 한국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며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난해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강제 동원 해법을 발표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구 조선반도 노동자 출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말은 강제 동원 피해자가 아니라 합법적인 동원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이 같은 인식을 다시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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