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두려운 북한…“주민 독려로 해결 못해” [뒷北뉴스]

유호윤 2024. 7.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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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년 만에 가장 많은 비 내린 북한 "10여 명 사망" 한국에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7일, 북한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살펴보니 1995년 8월 18일 북한 자강도 희천군에 472mm의 비가 내린 이후로 가장 많은 양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주민과 당원들을 독려해 수해를 줄이려고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만약 올해 수해가 발생하면 북한은 또 희생양을 만들어 비난하고, 다시금 엄격한 수해 방지 활동을 강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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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년 만에 가장 많은 비 내린 북한 … "10여 명 사망"

한국에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7일, 북한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북한의 남부 지역에 통상적인 강도를 넘어서는 '극한 호우'가 쏟아졌는데, 당일 개성은 일일 강수량 463mm를 기록했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살펴보니 1995년 8월 18일 북한 자강도 희천군에 472mm의 비가 내린 이후로 가장 많은 양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에 시작된 집중 호우는 22일까지 이어진 가운데 자연재해에 취약한 북한 특성상 이번에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과 황해남도, 강원 등에서 10여 명이 사망했고, 주택 500여 세대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방유실로 농경지 1천ha 이상 침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5년간 북한의 비 피해는 주로 8월이나 9월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겁니다.

지난해 8월 14일, 북한 ‘노동신문’


■ 김정은도 나서서 연일 '피해예방' 독려

최근 북한 관영매체들은 연일 수해 예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어제(26일)도 <순간도 각성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민과 당 일꾼들에게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노동신문은 "장마철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강바닥파기와 제방쌓기를 하여 부침땅이 매몰되거나 류실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며, 올해 알곡고지를 점령하는데서 장마철피해를 극력 줄이는것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농경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고, 지난해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나 여전히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비 피해가 크게 되면 식량 사정은 극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후 가옥들이 많은 북한 특성상 수해 발생 시 주민들이 겪는 고통도 심각합니다.

어제(26일) 북한 노동신문


■ "주민 독려로 해결 못 해" … "시스템 개선해야"

북한은 주민과 당원들을 독려해 수해를 줄이려고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를 보면 그 이유가 나옵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북한 재난 위험상황 검토보고서’


해당 보고서는 "북한은 홍수와 태풍, 가뭄에 취약하며 기후 변화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돼 재해 위험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프라 부족'과 '삼림 벌채'를 북한이 안고 있는 수해 위험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홍수 대응 시설이 취약해 대규모 수해가 반복적으로 북한에서 나타났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수해 해법과 원인 모두 여전히 시스템 아닌 사람에서 찾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 찾아 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김덕훈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돌렸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올해 수해가 발생하면 북한은 또 희생양을 만들어 비난하고, 다시금 엄격한 수해 방지 활동을 강조할 겁니다. 피해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결국 그 아래 깔린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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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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