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되면 돌변, IT회사 개발자의 두 얼굴…미국도 쫓던 '그놈' 잡았다[베테랑]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씨, 당신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등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지난 5월15일 오전 인천 부평구의 한 가정집으로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들이 들이 닥쳤다. 경찰은 월 방문자만 약 120만명에 이르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자가 이곳에 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A씨(30대·남)는 '공짜○○' '토렌트○○' 등 이른바 '어둠의경로'로 불리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선재 업고 튀어' '파묘' '더 글로리' '피지컬100' '나는 SOLO' 등 최신 드라마·예능·영화를 유포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는 긴급체포되는 경우가 드문 탓에 수사관들은 이날 현장에서 중요 단서들은 압수할 예정이었다. A씨 역시 수사관들에게 자신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김진규 경기북부청 사이버수사대 수사관(경감·50)과 수사팀은 지난 5월 성착취물 사이트 등을 운영한 30대 남성 A씨와 20대 남성 B씨를 검거해 송치했다.
대다수 불법 스트리밍사이트와 성착취물 사이트 등은 해외 서버를 이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완전한 '익명'을 유지한다. 이들은 아동과 청소년 등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을 이용해 광고비를 벌면서 불법 성착취물 유포를 반복한다.
김 수사관은 지난해 7월 B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그는 미국의 보안업체를 경유해 해외 서버를 이용했다.
경찰은 미국 수사당국의 협조를 받아 익명의 사이트 운영자를 추적하기 위한 단서를 수집했다. 해외 기업을 상대로 자료를 요구하고 회신이 오면 다른 자료를 또 요구하기를 반복하면서 운영자에 대한 단서를 수집했다.
8개월간 단서를 추적한 끝에 경찰은 지난 3월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B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내에서 개통한 휴대폰 번호를 확보해 인적사항을 특정한 것이다. B씨는 미국에서 한국을 경유해 필리핀에 입국한 상태였다.
김 수사관은 지난 5월10일 법무부에서 B씨가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수사관과 팀원들은 새벽시간에 직접 인천국제공항으로 차를 몰아 공항에서 B씨를 체포했다. B씨가 가지고 던 노트북을 확인한 결과 그는 성착취물 사이트 14개를 운영했다. B씨는 2020년부터 검거되기 직전까지 총 10만여개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불법촬영물, 불법성영상물을 유포하고 AI를 이용해 나체 합성사진도 제작해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남성 A씨에 대한 수사 역시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수사의뢰를 받고 수개월간 운영자 신원을 밝혀내는데 몰두했다. 운영자는 수사 기관의 추적을 어렵게하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이 IP를 추적하면 일본, 대만, 호주 등 해외에서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수사 당국과 공조했지만 명확한 단서를 확보하긴 어려웠다. 그러던 중 A씨가 실수로 IP를 변조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한 흔적을 발견했다. 해당 IP를 추적해보니 접속장소는 인천 부평이었다. 곧 주소지를 통해 A씨에 대한 신원을 특정했다.
그는 낮에는 IT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불법 스트리밍사이트를 운영하던 개발자였다. 경찰은 A씨를 체포해 수사한 결과 2019년 5월부터 체포 전까지 저작권법 위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3개와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4개를 운영하며 약 30만개의 불법 성착취물, 38만개의 드라마와 영화 등을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1억2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하고 3000만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조치했다.
김 경감은 39세에 경찰이 된 늦깎이 수사관이다.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사이버 수사 특채에 지원해 경찰에 됐다. 4년째 경기북부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그는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는 인격살인이라고 표현한다"며 "수사단계에서부터 삭제와 차단, 피해자 지원을 위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성착취물 자체를 시청하고 소지하면 안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며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면 결국 잡힌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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