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취재진 향한 표정에 경색된 남북관계 드러나[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7월 22일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국가대표 본진이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북한 선수단이 같은 공항을 통해 파리에 입성했지요.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8년 만입니다. 남북이 함께 참가하는 대회는 일이 두 배가 됩니다. 남북 관계가 좋든 나쁘든 마찬가지지요. 이날 북한 선수단은 예정된 게이트와 다른 게이트로 나왔고, 이를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의 접근을 현지 경찰이 막기도 했습니다. 간혹 북한 선수단의 남한 취재진을 향한 표정과 행동(오른쪽 사진)에 경색된 남북관계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닷새(우리시간 기준) 앞둔 22일자 1면 사진은 남북 선수단 입국 사진을 나란히 붙였습니다.
■7월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사퇴 요구를 받아온 지 3주 만입니다. 주요 외국 통신사들은 관련 사진을 엄청 발행했습니다. 외신으로 들어오는 사진의 양이 그 국가의 힘과 영향력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스크롤을 하고 페이지를 몇 차례 넘어가도 사진들이 빼곡합니다. 누가 봐도 23일자 1면은 바이든인데, 바이든의 어떤 모습을 쓸 것인가 고민에 빠집니다. 해외 유수 통신사들은 손을 흔들거나, 무대 뒤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 등 아카이브에서 꺼낸 바이든의 이미지를 힘주어 발행했습니다. 바이든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새 대선 후보로 지지했습니다. 그 많은 사진 중에 바이든이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7월 24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합산, 과반인 62.8%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지난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한 대표는 103일 만에 당대표로 복귀했습니다.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사진이 많이 마감됐습니다. 당대표 선출사진 클리셰인 당기 흔들기를 기다렸습니다. 여러 각도의 사진이 들어왔지만,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즉, 모든 걸 만족시키는 사진은 없었습니다. 표정과 시선이 좋으면 배경이 지저분하고, 배경이 단순해 인물이 도드라지면 표정과 시선, 움직임이 아쉬웠습니다. 당기를 흔드는 동작에 힘이 있어 보이는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7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러브샷’을 하며 당정 결속을 다졌답니다. 이날 사진은 출입 사진기자가 아닌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했습니다. 예고기사들이 이미 다 나갔고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없는 행사다 싶었는데, 출입기자 취재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 여부도 만찬 행사 직전에 애매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3년 임기가 남은 윤 대통령과 ‘반윤석열·미래권력’의 깃발을 들고 당선된 한 대표는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러한 ‘긴장’ ‘갈등’보다는 ‘결속’ ‘원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둘의 관계를 바라보는 기자들의 시선을 원천 봉쇄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부분입니다.
■7월 26일
회의에 들어가서도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처리 관련 사진이 유력한 1면 사진이라 생각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재차 추진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의 반대 표결로 결국 또다시 최종 부결됐습니다. 1면이라 생각하면서도, ‘법안 상정과 표결>거부권 행사>폐기>재추진 법안 상정 표결>거부권 행사> 폐기’의 반복에서 오는 (사진에 대한) 피로감이 없진 않았습니다.
전날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했고, 이날 피해자들이 직접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몰려가 환불을 요구했지요. 위메프 대표가 몰려든 피해 고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사진이 결국 1면을 차지했습니다. 아침에 예상했던 1면 사진이 그대로 다음날 신문 1면 사진이 되는 경우와 예상했던 사진을 밀어내고 기어이 1면 사진이 되는 경우라면 좀 피곤하더라도 후자 쪽에 마음이 기웁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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