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라탄 SK하이닉스… HBM 승승장구

이한듬 기자 2024. 7. 2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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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말고도 더 있다] ③ AI 반도체 선두기업 입지 구축… 앞으로도 독주 예상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장 개화로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초격차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며 패권 경쟁에 나섰다. 선제 투자로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5월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독보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반도체 선두 입지를 굳히고 있다. 경쟁사들이 투자를 강화하며 반전을 모색하지만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AI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 최초' HBM 개발… 선두업체 도약 발판으로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데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 경쟁과 함께 초고성능 컴퓨팅이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면서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HBM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 정보통신(IT) 시장조사기관 욜 그룹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0% 성장한 141억달러(19조원)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약 40% 성장한 199억달러(27조원), 5년 후인 2029년에는 377억달러(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HBM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기업은 SK하이닉스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으며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혁신을 거쳐오는 동안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며 선도기업 입지를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HBM3E 양산 일정을 앞당기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판도를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엔비디아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공급체계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2월 HBM3E 8단 양산을 시작했지만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을 시작한 건 마이크론보다 한 달 늦게 양산에 돌입한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는 아직 제품 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의 HBM3E 시장 침투가 예상과 달리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함에 따라 HBM 시장 선두업체로써의 동사의 경쟁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대 전환에 따른 판가 상승효과를 오롯이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HBM 리더십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6세대 HBM인 HBM4의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HBM4부터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대만 TSMC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양산을 시작한 ‘HBM3E’ / 사진=SK하이닉스


HBM 열풍에 실적도 쑥쑥… 눈 높이 상향조정


HBM 리더십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번 실적은 시장의 전망치를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16조1886억원, 영업이익 5조1923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33%, 순이익은 4조1200억원, 순이익률은 25%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기업용SSD 등 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대비 매출이 32% 증가했다"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도 더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은 더 좋다.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연간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2조7395억원이다. 역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2018년(20조8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컨센선스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고 현대차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23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체 D램 매출의 20% 이상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반기 수요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반도체 사이클에 대한 수혜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북미 고객사의 차세대 GPU 출시 로드맵 앞당겨지면서 HBM3E 납품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영될 전망"이라며 "연말까지 HBM은 D렘 영업이익의 20% 에 육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낸드 역시 업황 개선으로 솔리다임의 실적 기여도 확대될 것"이라며 "성수기 진입 및 일반 서버 수요 가세로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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