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HBM만 있나"… SK하이닉스, DDR5·eSSD 성장에 '활짝'

이한듬 기자 2024. 7.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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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 말고도 더 있다] ① 고부가 D램·낸드플래시 앞세워 AI 시대 리더십 강화 박차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시장 개화로 반도체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초격차를 확보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며 패권 경쟁에 나섰다. 선제 투자로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향 반도체 시장 선두 굳히기에 박차를 가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이미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더블 데이터 레이트5(DDR5),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등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통해 AI 시대 메모리 강자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AI 시대 선도할 DDR5,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타이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로 올해 2분기 AI 서버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며 연간 출하량은 전년대비 41.5%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AI 서버의 시장 가치 역시 전년대비 69% 늘어난 1870억달러(약 258조원) 이상을 기록, 전체 서버 시장 가치의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I 서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칩은 HBM이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투자가 늘면서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HBM 시장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HBM 외에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DDR5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DDR4에 비해 2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가격도 40% 가량 비싸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에서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DDR5가 채택됐지만 PC와 서버 시장에서는 여전히 DDR4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DDR5로 점차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DDR4대비 속도를 1.8배 높이고 소비전력은 20% 낮춘 16Gb(기가비트) DDR5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2021년에는 용량을 더욱 확대한 24Gb DDR5 제품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48GB(기가바이트), 96GB 모듈을 만들어 AI 등 고성능 서버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2년에는 인텔과 협업해 세계 최고 전산 속도을 갖춘 서버용 D램 'DDR5 MCR DIMM' 개발에 성공했다. MCR DIMM은 여러 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모듈 제품으로 모듈의 기본 정보처리 동작 단위인 랭크 2개가 동시 작동돼 속도가 크게 향상된 제품이다. 이 제품은 동작 속도가 초당 8Gb(기가비트) 이상으로 초당 4.8Gb인 서버용 DDR5보다 속도가 80% 넘게 빠르다.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MCR DIMM에 대한 고객 수요가 발생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이 시점에 맞춰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1월에는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과 10나노급 2세대(1y) DDR5 제품에 대한 인증을 인텔로부터 획득했다. 이로써 16Gb, 24Gb 등 다양한 DDR5 제품으로 다수 고객사의 서버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모듈 ‘MCR DIMM’. / 사진=SK하이닉스


기업용 SSD 뜬다… 낸드도 AI 수혜 기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디다고 평가받던 낸드플래시 역시 AI 수혜 기대감이 커진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용량 기업용 SSD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용 SSD 시장 매출은 37억58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62.9% 늘었다.

미국 빅테크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CSP)를 중심으로 낡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기 위한 고용량 QLC(4비트셀) SSD 구매가 늘어나면서 기업용 SSD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

류병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QLC 기업용 SSD는 동일용량의 HDD 대비 전력은 5분의 1 정도, 사용공간은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며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해서는 HDD보다 eSSD 채택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전체 낸드 시장에서 QLC 낸드의 비중은 지난해 12.9%에서 2027년 46.4%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기업용 SSD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 생산 물량 중 90% 이상이 QLC 낸드다. SK하이닉스는 QLC 기반의 제품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를 먼저 공략하고 라인업을 점차 넓힌다는 구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기업용 SSD 매출은 11억439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49.3%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33.2%에서 30.4%로 소폭 내렸으나 삼성전자(47.4%)에 이어 2위를 지켰다. AI 고객의 채택 증가로 주문이 2배로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1분기 낸드 부문 전체 매출도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QLC 기반 60TB 고용량 기업용 SSD로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내년에는 초고용량 제품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안현 부사장은 "내년에는 300TB까지 초고용량 제품을 준비해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가 함께 고객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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