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5년 만에 상속세 대수술 나섰지만 급제동 건 野, 이유는···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두고 야당이 곧바로 비판을 내놓은 이유의 핵심은 상속세 개편안에 있다. 정부는 자산가격이 상승한 현실을 반영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리는 방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취지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상속세 최고세율(40%)이 근로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낮은 것이 말이 되나"라며 "그럼 이제 누가 땀 흘려 일하려고 하겠냐"며 비판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세 세율은 10~50%에서 10~40%로 최고세율이 10%포인트(p)낮아진다.
정부가 이번 상속세 개편 취지에 대해 전반적인 자산 가격 상승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서 민주당은 "그런 이유라면 문제 해결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소속 기재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에 "중산층이 이제 집 한 채를 상속받아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문제라면 차라리 일괄 공제를 5억에서 10억으로 올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유에서든지 상단을 건드는 것은 전형적인 '부자 감세'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는 구간에는 국민의 약 6%만 해당한다. 나머지 94%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누가 혜택을 보는지가 핵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따르면 10억원이라는 상속세 공제 기준은 1997년 이후 변하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물가는 2배 올랐다. 특히 수도권 주택 가격은 2.8배 상승하면서 그간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속세가 '중산층 세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만약 올 연말 정부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과표와 세율이 조정된다면 2000년 이후 25년 만의 개편이 되겠지만 다수석을 가져 입법의 키를 쥔 야당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쉽지 않아보인다.
주주환원 촉진세제는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개인주주들의 배당소득세를 깎아준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취지는 좋으나 대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한 민주당 소속 기재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에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 구조상 오너 일가에게 배당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까지는 배당에 대한 과세가 있어서 굳이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배당 유인을 주면 결국 오너 일가, 즉 소수의 고자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금투세나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8월18일 전국당원대회가 끝난 뒤에 당론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현해 "우리 기업들의 지배 구조나 경영 구조가 후진적이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지 금투세 문제가 아니다"라며 "금투세는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금투세 유예·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4일 KBS에서 진행한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만 주가가 내려가 소액 투자자 피해가 너무 크다.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최소한 (금투세 도입 관련) 상당 기간은 좀 미루는 것을 포함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쟁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야당은 결혼세액공제가 신설된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결혼을 한 신혼부부에게 3년 동안 소득공제를 각각 50만원씩 100만원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잘한 일이긴 하지만 100만원식 공제해준다고 해서 결혼이 늘어나나 싶다. 별도의 획기적이고 과감한 재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은 데 대해 진 정책위의장은 "아마도 종부세를 폐지했을 때 그것이 가져올 후과를 굉장히 우려한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지방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며 "종부세는 전액이 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에 교부되는 부동산 교부세다. 폐지될 경우 지방재정 파탄 상태에 이르므로 정부에서도 종부세는 언급하지 않은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25년 만에 상속세와 증여세의 부담을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전날 내놨다. 자녀에게 상속할 때 5000만원을 공제하던 것을 5억원까지 10배 늘렸고 주주환원을 늘린 상장기업의 법인세 역시 줄여주기로 했다. 아울러 혼인신고시 1인당 50만원씩 최대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자녀 및 손자녀에 대한 자녀 세액공제 금액을 현행보다 10만원씩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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