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빈곤과 불평등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과거 제국주의 불평등 알리바이 제공
세계 인구 60% 이상이 빈곤으로 허덕
저자 빈곤의 원인으로 자본주의 꼽아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는 논리에 반기
‘역사’ 프리즘으로 불편했던 민낯 해부
격차/ 제이슨 히켈/ 김승진 옮김/ 3만원
“우리는 우리가 이룩한 과학 진보와 산업 발전의 혜택이 저개발 지역의 성장과 향상에 쓰일 수 있도록 새롭게 대담한 프로그램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것은 평화, 풍요, 자유를 달성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되어야 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49년 1월20일 미국 전역으로 방송된 취임 연설에서 유엔과 마셜 플랜에 대한 지지와 함께 개발도상국 등을 겨냥한 글로벌 경제의 개발 및 발전 논리를 설파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해온 언론은 환호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불평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60년대 가장 부유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은 가장 가난한 나라 1인당 소득의 32배였는데, 2000년에 들어 이 비율은 134배로 더 확대됐다. 개인 수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했다. 2017년 옥스팜 발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명의 부는 하위 인구 절반인 38억명이 소유한 부를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인 1500년대에는 유럽과 나머지 지역들 사이에 소득과 생활수준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 인도,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유럽인보다 더 잘 살았다. 예를 들면, 1800년에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기대수명이 각각 32~34세, 28~30세인 반면, 중국과 일본의 기대수명은 각각 35~40세, 41~45세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몇 세기 만에 이들의 운명은 극적으로 갈렸다.
세계의 빈곤과 극단적 불평등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무엇 때문에 한쪽은 떠오르고 한쪽은 가라앉게 되었을까. 왜 빈곤과 불평등은 왜 계속해서 악화되었을까.
책에 따르면, 자본의 목적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거나 사회적 진보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한계 안에서 자본 축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자신을 더 팽창하기 위해서 ‘외부’를 필요로 한다.
15세기, 서구 열강들은 자원과 노동력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태적 피해를 외부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들은 대항해 시대를 거치면서 머지않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글로벌 남부의 상당 지역을 차지하고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금과 은을 비롯해 수많은 자원을 추출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선 많은 흑인을 노예로 만들어 신대륙에 투입했다. 나중에는 신대륙에서 생산한 설탕과 목화, 식민화된 인도에서 나온 곡물, 식민화된 아프리카에서 나온 자원이 유럽의 경제를 떠받쳤다. 자본주의가 불평등한 ‘세계 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차관과 빚을 빌미로 긴축, 민영화, 자유화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개도국의 경제와 산업을 선진국의 입맛에 맞게 재조정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을 이용해 남반구 국가들의 경제성과를 훼손하고 서구가 그곳의 자원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구축해 나갔다.
저자는 그러면서 빈곤과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모델,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며 몇 가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채무국에 대한 부채 탕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의 민주화, 노동력을 찾아 전 세계를 훑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최저 임금제 도입,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주는 보편 기본소득 도입,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기후 행동 가속화 등등.
저자는 토마 상카라의 말을 인용해 글로벌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선 더욱 과감하게 상상하고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느 정도 미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광기는 순응하지 않을 용기, 옛 공식에 등을 돌릴 용기, 미래를 발명할 용기에서 나옵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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