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기로에 선 K무역] ④주한캐나다대사 “한·캐나다 FTA 10년, 교역량 82% 늘어…양국 미래 밝다”

정미하 기자 2024. 7.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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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 대사 인터뷰
캐나다 무역사절단 250명, 4월 한국 찾고
올해는 한·캐나다FTA 체결 10주년
“양국 관계 어느 때보다 역동적”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중국의 과잉 생산 억제를 겨냥한 서방의 압박이 유럽연합(EU)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추진해 온 한국으로선 전 세계를 휩쓰는 보호무역 기조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등 단일 경제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끊고,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비즈는 한국의 주요 수출입국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어떻게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새로운 수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캐나다의 무역 사절단(The Team Canada Trade Mission·이하 TCTM)은 닷새간 한국을 찾았다. 메리 응 캐나다 수출진흥·국제무역 및 경제개발 장관은 155개 이상의 캐나다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한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다. 무역 사절단 인원은 약 250명에 달했다.

TCTM이 한국을 찾은 것은 캐나다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경제적 기회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2년 11월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캐나다는 한국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외교·경제적 관계가 긴밀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23년 한국을 찾아 핵심 광물 및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 대사가 15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조인원 기자

양국의 무역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며 균형 관계를 이루고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은 캐나다의 7대 상품 교역국이자 8대 수출 시장, 6대 수입국이다. 한국에 캐나다는 11위 교역국이다. 여기다 캐나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CKFTA)’를 2015년에 체결했다. 올해는 CKFTA 체결 1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조선비즈는 지난 15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 대사를 만났다.

모휘니 대사는 2022년 8월 한국에 부임했다. 32년 동안 캐나다 외무부에서 일했지만, 주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일했다.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이 첫 근무지다. 모휘니 대사는 “캐나다와 한국은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캐나다가 한국 전쟁에 참전하는 등 오랜 역사가 있으며 지난해에 한국과 캐나다는 수교 60주년을 맞았다”며 “캐나다와 한국이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시기에,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2025년은 윤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지정한 한·캐나다 문화교류의 해”라며 “캐나다와 한국이 긍정적인 인적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은 캐나다 학생이 한국에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 인상 깊은 경험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한국에서 즐기는 것은.

“한국에 온 지 거의 2년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5월, 트뤼도 총리의 방한이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캐나다 지도자로는 9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캐나다와 한국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하이킹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한 가운데 멋진 산책로가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다. 지난 주말에도 북한산 승가사까지 걸었다. 산에 가면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얻을 수 없는 한국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트뤼도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캐나다 외무장관을 박진 전 외무장관이 진관사로 초대했다. 사찰 음식으로 점심을 하고 경내를 산책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올해는 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CKFTA) 체결 1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의 양국 관계는 어떻게 변했다고 평가하나.

“캐나다 입장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 무역의 약 99%는 관세가 면제됐고 양국의 무역은 FTA에 힘입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15년 CKFTA가 발효된 이후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은 CKFTA 발효 전보다 82.5% 증가했고, 캐나다에 대한 한국의 직접 투자액은 3배 늘었다. FTA를 기반으로 많은 것을 구축했고, 양국의 경제 관계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캐나다에 한국이 무역 동반자로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캐나다의 최우선 무역 및 투자 파트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캐나다가 최초이자 유일하게 양자 FTA를 한국과 체결했다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리더이며 고품질 제품과 혁신을 대표한다. 캐나다와 한국은 상호보완적인 경제를 갖고 있기에 캐나다는 한국을 최우선 투자 파트너로 생각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5월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 캐나다 총리실

─TCTM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았다. 어떤 일을 했나.

“TCTM은 지난해 4월, 캐나다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농업 및 가공식품, 청정에너지, 청정 기술, 생명과학, ICT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캐나다의 역량을 보여주며 협력의 기회를 찾았다. TCTM을 이끈 응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크래프톤 등 캐나다 내 한국 투자자들을 만나 캐나다가 한국 사업 파트너와 더 많은 협력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TCTM은 캐나다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과의 네트워킹 기회, 기업 대 기업(B2B) 미팅 시간을 가졌다. 캐나다 정부에서 이 정도 규모의 무역사절단을 보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캐나다 캘러리에 본사를 둔 환경 기술 및 서비스 전문 기업 트리엄(TRIUM Emvironmental)은 한국의 AI 기업인 비즈데이터(BizData)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만간 더 많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과 캐나다의 주요 수출입 항목은 무엇인가.

“한국은 에너지, 광물, 농업 및 농식품, 캐나다 천연자원의 주요 수입국이다. 그리고 캐나다는 한국의 자동차, 전자제품, 기타 공산품을 수입한다. 2023년 캐나다와 한국의 상품 무역 규모는 209억 달러다. 캐나다는 한국에 7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했다. 주로 광물, 육류, 목재 펄프, 전자 기계 및 장비를 수출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캐나다에 139억 달러 상당의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전기 및 전자 기계,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양국의 서비스 무역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에 양국의 서비스 무역액은 25억 달러에 달한다. 캐나다의 서비스 수출 주요 구성 요소는 국제 교육이다. 한국은 캐나다에 유학생을 보내는 주요 국가다. 이는 양국의 상업적 관계는 물론 인적 관계를 강화한다. 2023년 기준 한국인 1만5930명이 유학 허가를 얻었다. 한국은 캐나다에서 10번째로 큰 유학생 공급국이다.”

─캐나다에서 한국 상품,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한국의 전자제품, 소비재, 자동차는 캐나다에서 잘 팔린다. 한국산은 뛰어난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 많은 캐나다인이 한류 전문가가 됐고, 한국 영화·TV프로그램·음악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다. 나도 다음 주말에 K-팝 콘서트에 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한국 음식과 음료가 캐나다 전역에서 인기다. 캐나다에서 한식당, 소주를 찾는 것이 이전보다 쉬워졌고 한국 드라마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한국과 캐나다의 무역을 확대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나.

“캐나다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한국의 제조 및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캐나다는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숙련된 노동력이 있고, 전기차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토지도 있다. 캐나다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한국의 제조 노하우를 결합하면 한국의 기업과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의 배터리 관련 기업이 캐나다에 투자하면서 캐나다의 전기차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청정에너지, 소형 모듈형 원전(SMR) 역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핵심 영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9월 22일(현지 시각)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열린 인공지능 석학과의 대화 및 업무협약(MOU)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 기업·기관 9개와 캐나다 기관(토론토대, 벡터연구소, 고등연구재단)은 AI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맺었다. / 대통령실 제공

─캐나다 경제 규모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AI 기술력, 전문 인력, 경쟁력 측면에서 AI 선두 국가로 꼽힌다. AI 분야 협력 가능성은.

“윤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토론토대였다. 양국의 상호 보완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캐나다는 기초 연구에 공을 들였다. 캐나다는 2017년 ‘범캐나다 AI 전략’을 발표하고 토론토, 에드먼턴,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3대 AI 수퍼 클러스터도 조성했다. 캐나다의 국립 AI 연구기관은 캐나다의 AI 연구·개발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캐나다의 AI 전문성은 한국의 다양한 산업에 도입됐다.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사이클리카는 유한양행, SK케미칼과 신약 발굴과 관련한 협력을 맺었다. 캐나다 벡터 연구소와 KT는 음성 언어 인식·해석·생성 등 음성 기능에 대한 AI 연구 개발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제조, 농업,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AI 관련 협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과 캐나다의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방안은.

“주한캐나다대사관의 ‘캐나다 무역 위원 서비스팀’은 캐나다 수출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캐나다와 한국 산업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은 또 캐나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을 지원한다. 농식품 부문에선 2023년 7월과 11월, 한국 홈플러스와 협력해, 보리를 먹인 캐나다산 돼지고기를 홍보했다. 그 덕분인지 2023년 캐나다 돼지고기의 한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출입 목표액은.

“캐나다는 국가별 수출 및 수입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캐나다는 2025년까지 수출을 50% 늘리는 것을 목표로 2018년에 ‘무역 다각화 전략’을 시작했다. 무역 다각화 전략의 핵심은 규칙에 기반을 둔 무역, 무역 표준 수준이 높은 한국과 같은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캐나다 외교부가 2023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한국 수출 연간 성장률은 7.7%로 다각화 목표(5.2%)를 초과 달성했다. 캐나다 수출개발부(Export Development Canada)가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연평균 수출은 2030년까지 급속도로 증가해 2050년에는 최대 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두 배 이상이다. 캐나다와 한국 무역의 미래는 밝다.”

조선비즈는 캐나다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와 글로벌 기업의 캐나다 진입을 돕는 기관인 캐나다 연방 투자청(Invest in Canada)의 로렐 브로텐 최고경영자(CEO)와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에 브로텐 CEO와의 인터뷰를 별도로 담는다.

로렐 브로텐 캐나다 연방 투자청(Invest in Canada)의 최고경영자(CEO). / 캐나다 연방 투자청 제공.

─캐나다에 대한 한국의 FDI 규모와 분야는 어떻게 되나.

“2023년 한국의 FDI 규모는 88억 달러다. 2022년과 비교하면 3억 달러(3.6%) 늘었다. 한국 기업은 2022년 기준, 캐나다의 에너지·광업, 금융 서비스, 정보 및 통신 기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캐나다와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핵심 광물 공급망, 에너지, 생명 과학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SK온, 에코프로비엠 등의 한국 기업이 캐나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주요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산업이 있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거나 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경우에는 FDI에 제한이 있다. 캐나다는 명확하고 투명하며 안정적인 정책과 규정을 통해 투자자에게 확실함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줘 캐나다와 기업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한국과 캐나다의 투자를 촉진할 방법은.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르면 캐나다와 한국은 AI,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 또한 양국이 연례 기후변화 회담을 개최하고, 탄력성 있는 공급망 구축, 핵심 광물 공급 지원,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지원 등에서 협력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주정부 차원에서 양국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있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주 정부는 자동차, 항공우주, 기타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 기회를 알리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한국이 캐나다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캐나다는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15개의 FTA를 통해 51개국, 15억 명의 소비자와 연결돼 있다. 또한 투자자에게 정치·경제·재정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수익성이 좋은 북미 시장에서 견고하고 잘 구축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잠재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과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측정한 ‘FDI 매력도’ 조사에서 캐나다는 3위를 차지했다. 캐나다는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최고의 장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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