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론·회장탄핵' 시끌…의협, 의사 대표단체로 남을 수 있을까

김규빈 기자 2024.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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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 대토론회 참여율 '미미'…전공의 대표는 사퇴 압박
임현택 회장 리더십 도마에…"의료계 대변할 단체 필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7.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정부 투쟁, 정책적 대응이 미진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 무용론을 넘어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현 임현택 의협 회장의 탄핵 관련해서는 향후 간호법 저지, 필수의료패키지 등에 대한 대응을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주최하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전국의사 대토론회가 전날(26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토론회는 올특위가 운영 중단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당초 이날 토론회 현장에는 다양한 직역의 의사 100여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날 현장 참석자는 취재진 등을 제외하면 5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 참여율이 미진한 이유에는 의협에 대한 불신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지난달 18일 총궐기대회에서 의대 증원 재논의 등 대정부 요구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같은 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도의사회장 등 의협 회원들은 내부 논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했다.

이에따라 임 회장은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의협이 의대 증원,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책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더해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그간 임 회장의 거친 발언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임 회장 리스크가 재조명됐다.

임 회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이유로는 그의 강성 이미지와 물불 가리지 않는 언행 등이 의협 회원들에게 강한 거부감과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협 회원들 중에서도 '강경파' 였던 임 회장은 취임 전부터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고, 의료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증원 국면에서 정부는 의료계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통일된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의협,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의 요구안이 각기 달랐고, 통일된 요구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여러차례 충돌했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협의회(의대협)은 "의협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지 말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사활을 건 제1차 전국의사 대토론회'에서 격려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7.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결국 의협은 지난달 말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불참을 선언하며 의협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올특위는 약 한 달 간 활동을 이어갔으나,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 방재승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올특위에서 빠지면서 논의는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는 올특위 해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압박에 임현택 의협회장은 지난 24일 올특위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의협에서 출범한 올특위가 결국 해체수순을 밟으면서, 의료계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탄핵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임 회장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임 회장이 간호법 저지, 필수의료패키지 등 정책 대응을 미진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단 위원장도 전날 올특위 중단과 관련해 "해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의협. 취소가 아니라 철회라는 정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며 "하다 하다 의협은 이제는 간호법까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집행부 산하의 협의체를 지키고자 하는 그 저의는 무엇인가"라며 "임 회장이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사퇴를 고려하시길 권한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임 회장은 의협이 그간 의료 정책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해왔고, 대토론회를 계기로 의료계가 단일대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대토론회 격려사에서 "그간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고 위험한지 끊임없이 경고하고 잘못된 의료 정책 추진 중단을 위해 싸워왔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소회하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은 반드시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라는 목표를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의협이 법정단체인 만큼, 의료계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와 협상하는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소재 내과 교수는 "의정 갈등이 마무리 되고 난 후에도 수가 협상 등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의협은 '투쟁' 대신 정책적인 기능을 하는 단체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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