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예약 취소” “연박 안돼 쫓겨나”··· ‘큐텐 사태’ 키우는 여행업계
신화월드 방문 고객들, 항의하기도
항공업계·여행사들도 취소 이어져
소비자원, 여행업계 집단분쟁조정
티몬·위메프가 판매자에게 미지급한 금액이 1700억 원에 달하는 등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 소비자들이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숙박· 여행업계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 중 예약 취소 통보를 받지 못해 숙박업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취소 사실을 인지하거나, 연박을 예약했음에도 하루만 투숙한 뒤 나머지 일자에 숙박업소를 이용하지 못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배우자와 아이들과 함께 여름 휴가를 가기 위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의 제주신화월드 2박 일정을 예약한 직장인 A 씨는 지난 25일 티몬으로부터 취소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A 씨는 제주신화월드 측으로부터 따로 취소 문자를 받지 못했다.
이에 A 씨는 제주신화월드 측에 예약 취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문의 폭주로 인해 통화가 닿지 못했다. A 씨는 50여 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고객센터에 문의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A 씨의 예약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예약을 한 고객들을 상대로 순차적으로 취소 처리 중이다’는 말만 남기고 통화를 종료했다.
A 씨는 통화가 종료된 뒤에서야 호텔 측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제주신화월드는 “티몬 정산 지연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 티몬은 제주신화월드 상품을 구매한 모든 고객의 예약을 취소한 후 안내문자 발송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문자 하단에는 오는 8월 11일까지 개설되는 대체 예약 페이지의 링크만 있었을 뿐, 호텔 예약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나 환불과 관련한 별다른 안내는 없었다
A 씨는 “제주신화월드 측에 따로 확인을 하지 않고 업체에 방문했으면 곤욕을 치를 뻔 했다”며 “티몬이 예약 대행 업무를 한다고는 하지만, 고객들에게 상세히 상황을 설명해줘야 하는 숙박업체에서 부실한 설명으로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모양새”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A 씨 뿐만이 아니다. 일부 고객은 연박을 예약했음에도 하루만 투숙한 뒤 차일은 예약 확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숙박업체를 찾아야 할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신화월드 관계자는 “티몬 측에서 고객들에게 먼저 취소 문자를 보내고 신화월드 측이 처리를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지난 23일 큐텐 사태가 발발했을 당시에는 취소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방문한 고객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문자를 발송해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프론트에서 고객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있으며,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따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센터가 마비가 될 정도로 연락이 폭주하고 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단 제주신화월드뿐만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예약이 가능한 전국의 숙박업체들에 고객들의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26일 “현재 야놀자 측에서 티몬 위메프 예약 건으로 인한 피해회복을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지급기준 및 일정에 대한 부분은 확답드리기 어렵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고객들에게 발송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숙박업체뿐만 아니라 항공업계나 여행업계에서도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1500여 명이 모인 ‘큐텐 사태 피해자 모임’ 단체 채팅방에서는 “티몬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는데, 귀국편이 취소가 됐다”, “여행상품을 예약해 출국을 앞두고 있는데, 업체 측에서는 ‘티몬에 문의하라’는 안내만 할 뿐 피해자들의 상황은 외면하고 있다”는 등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이 만든 ‘티몬 사태 블랙리스트’ 명단에 여행업계 업체들이 다수 포함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포함한 여행사 10여 곳과 전국 곳곳에 위치한 다수의 숙박업체 등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트리플 등 여행사들은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정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플랫폼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피해를 접수하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은 여행, 숙박, 항공 피해의 경우 8월 초에 진행되는 집단분쟁조정 신청으로 진행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행, 숙박, 항공 같은 경우에는 동일한 피해의 사례자가 꽤많기 때문에 집단으로 묶어서 분쟁 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소비자가 결제를 마쳤으면 계약 당사자는 업체와 소비자이기 때문에 업체는 소비자에게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뒤 플랫폼으로부터 따로 정산을 받아야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판단해 서비스 이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통상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소상공인에 비해 소비자의 타격이 크지는 않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큰 금원이 들어가는 여행업계가 포함이 됐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도 작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일단은 지급보증보험이나 정부의 정책자금 등을 활용해 피해를 구제 하고 우선순위를 토대로 긴급한 순서대로 차후에 정산을 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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