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유일 불명예 팀’의 승부수, 아로자레나는 시애틀을 WS로 이끌 수 있을까[슬로우볼]

안형준 2024.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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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애틀 매리너스는 2022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무려 21년만에 이뤄낸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스즈키 이치로가 빅리그에 데뷔한 2001년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시애틀은 이치로가 명예의 전당급 커리어를 쌓고 유니폼을 벗은 것은 물론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 카일 시거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데뷔하고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가을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매년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실패 불명예 기록을 스스로 '새로 고침'하던 시애틀은 시거의 은퇴 1년 뒤 감격의 가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가을은 짧았고 시애틀은 21년만의 포스트시즌을 단 5경기만에 마쳤다.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통과했지만 디비전시리즈 스윕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1년의 한을 풀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불명예 기록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경험이 없는 팀이라는 사실이다. 1977년 창단한 시애틀은 47년 동안 우승은 커녕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다. 콜로라도 1990년대에 창단한 콜로라도 로키스, 마이애미 말린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은 물론 2005년에 연고지를 옮겨 '재창단'한 워싱턴 내셔널스조차도 201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다짐을 매년 하고 있는 시애틀. 올해도 마찬가지다. 시애틀은 7월 26일(한국시간)까지 53승 51패, 승률 0.510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승차는 단 1경기. 3위 캔자스시티 로열스(승률 0.544)에 3.5경기 뒤쳐진 와일드카드 레이스보다 지구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하다.

우선 가을 무대에 다시 한 번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시애틀은 26일 승부수를 던졌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트레이드로 외야수 랜디 아로자레나를 영입했다. 시애틀은 탬파베이에 외야수 에이단 스미스, 우완투수 브로디 홉킨스 등 두 명의 유망주와 추후지명 선수 1명을 내주는 조건으로 아로자레나를 영입했다. 스미스는 시애틀 팀 내 12순위, 홉킨스는 22순위 유망주다.

시애틀은 타선 보강이 필요했다. 2022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팀의 21년만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던 젊은 외야수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올시즌 100경기에서 .263/.315/.372 11홈런 37타점으로 부진한 끝에 부상자 명단으로 향했고 내야의 터줏대감이었던 타이 프랜스는 88경기에서 .223/.312/.350 8홈런 31타점에 그친 끝에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됐다.

오프시즌 야심차게 트레이드로 영입한 2루수 호르헤 폴랑코마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은 주전급 야수 중에서 0.700 이상의 OPS를 기록 중인 선수가 칼 랄레이(0.714), 딜런 무어(0.701) 단 둘 뿐이다. 워싱턴에서 방출돼 6월 초 합류한 빅터 로블레스가 깜짝 활약(28G .365/.441/.519 1HR 3RBI)을 펼치는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타선이 처참하다. 팀 OPS 0.660은 메이저리그 전체 28위. 시애틀 아래에는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을 포기한 시카고 화이트삭스(0.619)와 마이애미 말린스(0.646)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애틀은 아로자레나를 선택했다. 아로자레나는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최근 페이스를 확실하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로자레나는 4월을 .143/.220/.241 3홈런 9타점의 처참한 성적으로 마쳤고 5월에도 아주 조금 성적을 끌어올려 한 달 동안 .178/.299/.400 5홈런 10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5월까지 시즌 첫 56경기에서 아로자레나는 .158/.257/.312 8홈런 19타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부터 달라졌다. 6월 한 달 동안 25경기에서 .291/.424/.468 3홈런 9타점을 기록했고 7월에는 19경기에서 .275/.363/.551 4홈런 9타점으로 페이스를 이어갔다. 두 달 동안 맹타를 휘두른 아로자레나는 시즌 성적을 100경기 .211/.318/.394 15홈런 37타점 16도루까지 끌어올렸다.

아로자레나는 빅리그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타자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데뷔해 2020시즌에 앞서 트레이드로 탬파베이로 이적한 아로자레나는 단축시즌 23경기에서 .281/.382/.641 7홈런 11타점을 기록해 큰 주목을 받았고 공식 루키 시즌이던 2021년 141경기에서 .274/.356/.459 20홈런 69타점 20도루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2시즌에도 .263/.327/.445 20홈런 89타점 32도루를 기록한 아로자레나는 지난해에도 .254/.364/.425 23홈런 83타점 22도루를 기록해 3년 연속 20-2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도루자가 많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지난 3년 동안 아로자레나는 445경기에서 .264/.349/.443 63홈런 241타점 74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아직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리한 포스트시즌 경쟁보다는 전력 재정비를 선택한 탬파베이는 올시즌 연봉이 800만 달러를 돌파한 아로자레나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시애틀은 최근 상승세를 탄 아로자레나로 타선 보강의 승부수를 던졌다.

스미스와 홉킨스는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올시즌 맹활약 중이지만 아직 싱글A 소속으로 당장 빅리그 전력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니다. 시애틀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르지 않고 아로자레나를 품었다. 아로자레나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다만 불안요소도 있다. 데뷔가 빠르지 않았고 26세가 돼서야 루키 시즌을 치른 아로자레나는 벌써 29세다. 아직 전성기 나이지만 다소 이른 기량 하락세가 찾아온다고 해도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다. 올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아로자레나가 30세가 되는 내년 또 부진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올시즌. 만에 하나 내년에 부진하다고 해도 가을 야구의 희망이 보이는 올시즌 성과를 낸다면 영입은 성공이다.

시애틀은 마운드의 루이스 카스티요, 타선의 폴랑코, 미치 해니거, 조시 로하스 등 꾸준히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그리고 아로자레나가 그간의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과연 시애틀과 아로자레나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로자레나는 월드시리즈에 대한 시애틀의 한을 풀어줄 주역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랜디 아로자레나)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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