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 후 우승’ 김태훈, “MVP? 되게 미안하다”

상주/이재범 2024. 7. 2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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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상주/이재범 기자] “처음 든 생각은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컸다. 지금도 되게 미안하다.”

고려대는 26일 상주체육관에서 열린 제40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상주대회 연세대와 남자 1부 대학 결승에서 64-57로 이겼다. 통산 14번째이자 3년 연속 우승이다.

고려대는 1쿼터 막판 7-13으로 끌려갔지만, 문유현과 윤기찬의 3점 플레이 2개로 흐름을 탔다. 2쿼터에는 이동근의 3점슛을 시작으로 심주언까지 3점슛 2방을 터트려 두 자리 점수 차 우위를 점했다.

이후 연세대가 추격하면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연세대가 다시 추격할 즈음 경기 종료 부저가 울려 고려대가 우승을 확정했다.

MVP의 영광은 주장 김태훈(190cm, G)에게 돌아갔다. 대회 MVP는 우승팀 감독이 선정한다.

김태훈은 부상 때문에 대학농구리그 1경기를 뛰었다. 그 한 경기마저 8분 21초 만에 다시 다쳤다. 이번 대회는 김태훈의 재복귀전이었다. 주희정 고려대 감독의 말에 따르면 김태훈은 하루 훈련 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한다.

주희정 감독뿐 아니라 선수들도 김태훈의 복귀를 반겼다.

주희정 감독은 “감독, 코치가 할 역할이 있고, 주장이 할 역할이 있다. 김태훈이 그 부분을 잘 했다”며 “선수들이 감독, 코치 눈치를 볼 거다. 주장이나 맏형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 저학년들이 마음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근은 “김태훈 형이 코트 있을 때와 없을 때 존재감 차이가 크고, 마음이 안정된다. 태훈이 형이 토킹 해주고, 다독이고. 우리가 집중 못할 때 질책도 해줘서 태훈이 형의 리더십과 존재감이 느껴진다”며 “4학년 형들은 태훈이 형과 김도은 형 밖에 없는데 도은이 형이 옆에서 태훈이 형 보조를 잘 해줘서 우리도 형들 따라 집중해서 잘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심주언은 “고등학교 때부터 고려대 생각하면 수비를 잘 하셔서 김태훈 형만 두려워했다. 고려대 입학해서 들어오니까 그 때는 부상이 아니었기에 연습경기를 같이 뛰었다”며 “코트 안에서 안 될 때 뭉치도록 이야기를 잘 해주시고, 에너지 레벨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 점을 배우고 싶어서 지금도 열심히 보고 배우고 있다”고 했다.

김태훈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3분 가량 출전해 3.4점 4.4리바운드 1.6스틸 야투 성공률 23.1%(6/26)를 기록했다. 석준휘(10.2점 4.0리바운드 4.4어시스트 2.6스틸)나 문유현(10.0점 2.4리바운드 3.6어시스트 2.0스틸), 이동근(9.8점 8.6리바운드 1.6어시스트 1.8블록)에 비하면 기록에서 부족한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코트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한 게 김태훈이 MVP에 선정된 비결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은 김태훈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일문일답이다.

우승소감
부상 선수들도 많고 힘든 가운데 MBC배에 와서 경기력이 엄청 좋았다고 말 못 하겠는데 다같이 합심해서 우승했다는 게 정말 기쁘다.

올해 첫 연세대 경기
우리가 잘 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아서 앞으로 연세대와 경기뿐 아니라 대학리그를 위해 준비할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더 보완하면 더 강한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한 것과 아쉬운 것
잘한 건 선수들이 다 같이 한 발 더 뛰려고 열심히 한 거다. 좋을 때는 리바운드도 뛰어 들어가서 잡고 했는데 안 좋을 때 분위기에서 밀리면서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하거나 수비에서 정신을 놔서 놓친 게 많이 아쉽다.

초반에 밀리다가 앞선 요인
리바운드가 많아지면서 공격횟수가 많아져서 흐름을 탔다. 1쿼터에서는 그게 안 되어서 밀렸는데 2쿼터부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분위기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3점슛 5개 넣은 심주언
심주언이 준결승까지 슛을 던지는 걸 보면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게 보였다. 오늘(26일) 자신있게 던져서 보기 좋았다. 원래 이렇게 넣을 수 있는 선수인데 그 전에 심적 부담이 있을 거라서 머뭇거렸다. 오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은 경기였다.

자신도 부담 떨쳐야 하지 않나(3점슛 성공률 22.7%(5/22))?
3점슛이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다. 코치님께서 넣으려고 던지면 안 들어간다고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던지라고 하신다. 제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저 말고 해줄 선수가 많아서 가볍게 마음을 비우고 (동료들을) 믿고 던지려고 한다.

부상 복귀 후 우승
부상을 당하고 나서 돌아온 경기(vs. 중앙대)에서 다시 부상을 당해 억울한 마음도 있고, 안 좋았다. 다시 MBC배를 준비하며 마음을 먹고, 동생들도 저를 믿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고, 감독님, 코치님, 부모님, 팬들도 좋은 말을 해주셔서 마음을 잡고 잘 준비할 수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우승했는데 제가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아서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다같이 우승한 걸 기쁘게 생각한다.

MVP 선정되었을 때 기분
처음 든 생각은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컸다. 지금도 되게 미안하다. 누가 봐도 MVP를 받아야 할 거 같은 이동근, 문유현, 유민수, 석준휘 이런 여러 선수들이 있다. 이들 중에서 (MVP가)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MVP에 선정되어) 마냥 미안했다. 제가 받을 게 아닌 거 같다.

#사진_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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