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급락'은 기회?…"5000억 더 사" 서학개미 위험한 베팅
미국 기술주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오히려 3배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등 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데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기술주 하락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에 3배 연동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다. 티커 SOXL로 유명한 이 상품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일일 수익률에 3배 연동한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SOXL 3억5700만달러(49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대거 사들였다. 엔비디아 주가에 2배 연동하는 '그라나이트셰어즈 2.0X 롱 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티커 : NVDL)와 테슬라 2배 레버리지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티커 : TSLL)의 순매수 금액은 각각 896억원,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나스닥100 지수 3배 레버리지로 유명한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티커 : TQQQ)도 39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최근 주가 급락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SOXL은 지난 11일 고점 대비 43.24% 하락했고 NVDL와 TSLL은 각각 33.54%, 36.38% 떨어졌다. TQQQ는 25.74%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주요 기술주들은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투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와 경기 둔화,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조정이 이어지는 중이다. 올 들어 기술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하면서 주가 부담이 커진 것도 조정의 빌미로 작용했다.
다시 주가가 반등할 경우 레버리지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거나 횡보하게 되면 레버리지 특성상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레버리지의 변동성 끌림현상으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실은 누적된다.
SOXL의 경우 반도체 지수의 변동성이 나타났던 지난 3월8일부터 4월19일까지 47% 하락했는데 이후 반등하면서 지난 10일까지 128.5% 상승하기도 했다. 기초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3월8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지수는 0.96% 상승으로 보합인 반면 SOXL은 18.73% 하락했다. 기초지수는 등락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3배 레버리지는 손실 상태인 것이다.
실적도 변수다. 기술주들은 그동안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실적 기대치도 높아진 상태다. 테슬라나 알파벳처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이 나온다면 기술주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는 더 커질 수 있다.
투자자문사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브래드 맥밀런 CIO(최고투자책임자)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매그니피센트 7(미국 대형 기술주 7개 종목) 주식의 실적에 대한 더 많은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주 예정된 주요 기술주들의 실적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오는 30일과 31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의 실적이 발표되고 다음 달 1일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발표한다. 31일 열리는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다음 달 2일 미국 고용지표 결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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