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라더니 자본잠식? 못 믿겠네”…‘티메프’ 사태, 부풀리기식 홍보 관행 점검해야 [일상톡톡 플러스]
‘부풀리기→투자 수혈’ 위태로운 순환…MAU·점유율 1위라던 에이블리·발란도 자본잠식 상황
큐텐 계열사 티몬과 위메프의 입점사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처럼 수년간 적자를 쌓아놓은 채 외부 투자금으로 사실상 ‘돌려막기’식의 성장을 해온 다른 업체들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그동안에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몸집 불리기를 위해 ‘이용자 1위’라거나 ‘거래액 증가’ 등의 객관적 검증이 어려운 표현을 일삼았던 이커머스 업계의 비즈니스 행태에도 자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2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매출 뛰고 고객 늘었다! 플랫폼경쟁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 당시 티몬은 2023년 거래액이 전년 대비 66% 상승했고, 고객들의 건당 구매금액도 48% 상승했다고 밝혔다. 위메프의 경우 특가 경쟁력을 2배 이상 늘려 지난해 4분기의 특가 상품 거래액이 1분기와 비교해 140% 이상 급증했다고도 강조했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올해 7월에 티몬과 위메프는 1700억원 가량의 입점사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에 휩싸이며 플랫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무색해진 것을 넘어서 존폐의 갈림길이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처럼 과대포장하는 메시지나 외부 검증이 어려운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이목을 끌려는 기업들은 티몬, 위메프 외에도 수두룩하다. 특히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업체들간의 자극적인 표현이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를 활용한 광고다. MAU는 말 그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는지를 보여준 것일 뿐이고, 실제 고객들의 결제와는 별개의 지표다. 게다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관별로 수치가 천차만별이다.
패션 플랫폼 시장을 예로 들어보면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의 경우 모바일인덱스 기준으로는 지난 5월 MAU가 489만명인데,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서는 83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은 앱을 두고 서로 다른 분석 업체간의 300만명 이상의 MAU 격차가 나타난 것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통계를 보면, 지난 4월에도 티몬과 위메프의 MAU 합산은 831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3개월만에 양사는 1700억원의 판매대금을 미정산하는 충격적인 ‘셧다운’ 수준의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에이블리의 경우 지난 6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일간 사용자(DAU)가 200만명에 달하고 202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문몰 앱'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에이블리는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탓에 쌓여있는 결손금만 2042억원에 달한다. 2023년에는 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누적 결손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채총계가 1672억원으로 1129억원인 자산 총계보다 많아서 마이너스 543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앞서 지난 4월에 “MAU가 320만명에 달해 국내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홍보한 발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란도 2023년말 기준으로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77억원 이상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고, 누적 적자로 인한 결손금만 785억원에 달한다. 심지어는 감사인으로부터 “계속 기업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으나 MAU 기준 업계 1위라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업체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 등을 포함한 외부에서 투자금 유치 작업을 펼치고 있다. 결국 오랫동안 쌓인 적자로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고, 그만큼 업계에서 자신들을 돋보이도록 자극적인 마케팅이나 광고의 유혹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온라인 쇼핑 업체의 신뢰성에 관심을 기울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 등 당국에서도 허위 및 과장광고 등에 따른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점검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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