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세계서 한국문화 위상 실감…문화는 산업, 더 투자해야"[문화人터뷰]
파리올림픽은 문화올림픽…K 콘텐츠 적극 홍보
200회 넘는 현장 방문 광폭행보…지역관광 활성화 한몫
문체부 예산 7조, 정부 예산 1.06% 불과…"더 늘려야"
축구협회 감사…"규칙 없는 체육은 체육은 아니다" 비판
"하이브 내부 분열 큰 위기…엔터업계 불공정 계약 관행 등 연구 중"
[서울=뉴시스] 이예슬 조수원 기자 = "파리 샤틀레 극장은 원래 클래식 음악이나 발레를 공연하는 곳이예요. 그런데 그곳에서 우리나라 원밀리언이 브레이크댄스를 췄어요. 1000석 넘는 객석이 프랑스 젊은이들로 꽉 채워져 아주 열광적인 분위기였죠. 'K팝, K댄스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굉장히 놀랍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최근 뉴시스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유인촌 장관은 프랑스를 달구고 있는 한국 문화의 위상을 강조하며 새삼 놀라움을 표현했다.
지난 5월 파리올림픽 '코리아 시즌' 개막에 맞춰 파리를 방문한 유 장관은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개막 공연으로 펼친 원밀리언과 프랑스의 '포케몬크루'의 배틀 공연을 프랑스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 등 프랑스 주요 인사와 함께 관람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샤틀레 극장이 생긴 이래 대중적인 공연을 한 적이 없었는데 한국의 댄스팀에 문을 열어 준 게 신기했어요. K팝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노래도 알고 열광하는 관객들을 보니까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우리 문화가 정말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구나를 실감했죠."
이후 이탈리아 로마로 넘어간 유 장관은 그곳에서도 한국 문화 수준이 선진국에 어깨 겨룰 만큼 위치에 있다는 것에 감동 받았다고 했다.
"로마에서 조각가 박은선 씨와 안토네타 브루노 사피엔차 대학교 한국학 교수를 만나 깜짝 놀랐어요. 박 작가 작품이 콜로세움 앞에도 있어요. 로마 시내 유적지에 아무나 안 세워주는데 우리나라 작가 작품이 유적지에서 조화롭게 설치돼 있어 놀랍더라고요. 입양아 출신의 브루노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평생 살았는데도 한국 말을 잘 하더군요. 우리나라가 완전히 세계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화 도시 파리에서 열리는 문화 올림픽 프로그램으로 '2024 코리아시즌'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힌 유 장관은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만큼 문체부는 파리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면 올림픽이다. 관광객이 앞다퉈 찾는 세계 유수의 문화 도시인 만큼 '문화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문체부는 파리, 아비뇽, 낭트 등 프랑스 전역에서 6개월간 '2024 코리아시즌'을 열어 한국문화를 집중 소개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국립예술단체, 한국관광공사 등 17개의 국내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하며 공연·전시·공예·관광·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34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체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코리아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K팝을 비롯해 무용,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우리 문화를 알린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박물관인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기획한 한국 미디어아트 전시 '디코딩 코리아(Decoding Korea)'가 개막, 주목받고 있다. 8월1일 '한복의 날' 사전 행사로 한복 패션쇼를 여는가 하면 하이브와 협업해 케이팝 가수가 방문한 국내 주요 관광명소와 문화관광 행사도 소개한다.
취임 9개월…200회 넘는 현장방문 광폭 행보
지난해 9월14일 장관 취임 준비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첫 출근한 그는 "제가 장관으로 취임한 때가 15년 전이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문화정책, 지원, 지역문화 균형 발전에서 일부분은 변화했지만 크게 변화하진 않았다"면서 "제가 적은 나이가 아니니 우리 문화예술 현장을 좋게 만들어보라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소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5년 만에 다시 온 문체부 장관으로서 그는 '현장에 늘 답이 있다'며 '현장주의자'의 면모를 실천했다.
그는 취임 9개월 간 200회 넘는 현장을 돌며 광폭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특히 지역 관광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를 타파하려면 관광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지역의 숨은 보석을 발굴하고 알리는 '로컬100 보러 로컬로' 캠페인을 진행하며 매월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경남 밀양, 강원 강릉, 수원, 경남 창원·통영, 강원 춘천, 대구·경북을 돌았다. 오는 8월에는 충남 홍성에 방문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경북 안동 맹개마을에 갔더니 2030대 여성들이 메밀밭, 밤 하늘 별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겠다고 왔더라"며 "자연환경 자체로 좋으니 놀러오라고 돈을 써서 불필요한 조형물 등을 만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 인프라 개선에는 교통 문제가 가장 중요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포인트"라고 했다.
지난달엔 2009년 장관 시절 직접 부지 계약을 한 뉴욕 코리아센터의 완공 테이프를 끊기도 했다. 유 장관은 "큰 감동을 받았지만, 당시 부지계약을 할 때는 조금 있으면 해결되겠지 했는데 15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맨하튼 한복판에서 새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산업…투자 시기 놓치면 안 돼
유 장관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상파 방송사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그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문화산업이 한국을 무대로 했다면 요즘 영화나 '아이돌 산업'은 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까지 놓고 시작을 한다"며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할 수 있도록 수출 과정, 홍보·마케팅, 세금 문제 등을 정부가 나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지상파 방송사가 '갑'이었는데 다시 오니까 문화계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을 제대로 못하다보니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더 세 졌지요. 지금도 늦었는데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되고 정책적, 예산적 배려가 꼭 필요합니다.
유 장관은 "100살 가까이 된 미키마우스가 아직도 돈을 벌고 있다"며 "문화 분야에서 일할 창의적인 사람을 많이 키울 수 있도록 문화산업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2024년 예산은 6조9545억원 규모다. 전년보다는 3.17%(2137억원) 증액됐지만 전체 정부예산에서 문체부의 비중은 1.06%에 불과하다.
그는 "문화 예산은 무조건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 전략 회의 등 경제 관련 회의를 하면 제가 꼭 얘기를 합니다.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금도 여전히 제조업 중심인데 (문화 예산 비중이)2%는 돼야 숨통이 트이고 투자도 할 수 있죠."
유 장관은 "문화 산업이라는 게 돈만 들어가고 돌아오지 않는다고들 생각하는데, 문화가 갖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갑자기 우리의 불닭볶음면, 매운떡볶이를 먹는다 하는게 단순히 음식 맛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 스타들이 이것들을 좋아한다는 영상을 보니까 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제가 옛날에 알프스 영봉을 오르면서 소주 한 병을 들고 갔어요. 관광객에게 '코리안 위스키다' 권했는데도 뭔지 모르니까 절대 안 마시더라고. K-드라마에서 배우들이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에 닭발 뜯는 장면을 봤다면 아마 받았을겁니다. 이처럼 문화 산업이 갖는 효과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실제 붉닭볶음면의 창시자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BTS 지민이 불닭면을 즐겨 먹는 모습을 올려줘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명보 선임 논란…"룰 없는 체육, 체육 아냐"
홍명보 신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인 것과 관련 유 장관은 "체육은 룰이다. 규칙이 없는 체육은 체육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문체부는 홍 감독 선임과 운영 등을 두고 논란에 휩싸인 대한축구협회를 감사 중이다.
유 장관은 "스포츠계 인사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다"며 "'우리들끼리 잘 하고 있으니 외부인은 간섭 말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또 "도전·규칙준수·희생·배려·협동 같은 키워드가 스포츠의 핵심인데, 체육계를 움직이는 행정가들은 이런 정신이 별로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체육이 갖고 있는 순수한 정신을 체육 하는 사람들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K팝 시장 부흥 속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하이브와 어도어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서로 잘했다며 목소리를 키워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문화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럽다"며 "K팝은 다른 외부적 요인이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분열이 큰 위기"라고 짚었다.
유 장관은 "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엔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관행 등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tide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흡연 논란' 옥주현, 이번엔 목에 장침 꽂아 "흔치 않은 일"
- '강남역 여친 살해' 의대생 사형 구형…유족, 무릎 꿇고 엄벌 탄원(종합)
- [단독]'화천 토막 살인' 軍 장교, 살인 후 피해자인척 보이스톡…미귀가 신고 취소 시도
- 죄수복 입은 김정은 철창 안에…스위스에 걸린 광고
- 한지일, 100억 잃고 기초수급자 "고독사 두려워"
- '연봉 7000만원' 전공의 수련수당…필수의료 유입 실효성 의문
- 축구 경기중 날아온 '돼지머리'…발로 찼다가 부러질 뻔(영상)
- 추성훈 "사람 안 믿는다"…왜?
- 나나, 상의 탈의 후 전신타투 제거…고통에 몸부림
- 장가현 "전남편 조성민, 베드신 간섭…신음소리도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