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공무원·주부 마라토너도 올림픽 도전… '생활체육 강국'의 저력  [같은 일본, 다른 일본]

2024. 7. 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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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에 대한 한일 간 인식 차이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파리올림픽 참가 선수단 규모의 차이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은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 및 그 저변 시설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 김일영

◇ 올림픽은 ‘메달리스트’보다는 ‘올림피안’의 축제

2024년 파리올림픽이 시작되었지만 분위기가 시들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의 규모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 개최된 2020년 도쿄올림픽 때에도 232명의 선수가 참가했다는데, 파리올림픽에는 단 144명만이 출전한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이 200명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축구, 농구, 배구 등의 종목 대부분이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단체 구기 종목에서는 유일하게 여자 핸드볼 대표팀만 본선 무대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강세인 양궁 이외의 종목에서는 메달 획득 기대감도 낮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예전만 못한 것도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파리에 파견하는 선수는 410명으로, 일본 국내에서 개최된 대회를 제외하고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축구, 배구, 농구, 럭비 등 대부분의 단체 구기 종목에서 남녀 대표팀 모두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으며, 남자 핸드볼, 여자 필드하키, 남자 수구종목에서도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또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소위 ‘비인기’ 종목에도 골고루 출전권을 확보했다. 예를 들어,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서핑, 스케이트보드, 카누, 조정, 트라이애슬론 등의 종목에 일본 선수들은 출전한다. 메달 목표도 역대급으로 야심차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7개를 포함해 무려 58개의 메달을 땄지만, 그때에는 개최지라는 이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해외로 선수단을 파견하는 진검 승부인데, 금메달 20개를 포함해 메달 55개를 기대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올림픽은 ‘메달리스트’보다는 ‘올림피안(올림픽 출전 선수 혹은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있는 선수)’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은 전 세계의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다. 운동 선수로서는 본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큰 성취인 것이다. 더 나아가 메달 합계로 국가에 순위를 매기는 관행은 스포츠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경쟁하고 승패를 가리는 것이 대중 스포츠의 한 측면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올림픽 무대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 본선 무대에 가는 한국 선수단의 규모가 줄어든 것이 아쉽다. 메달 획득에의 기대감이 적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한국의 체육인들이 줄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사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인 올림피안이 줄어든 상황과 관련해서, 소수의 체육 엘리트 선수를 키우는 데에 중점을 두는 한국의 체육 교육, 스포츠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 생활체육에 대한 한일 인식 차이

요즘은 한국에서도 “취미가 운동”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헬스 트레이닝,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탄탄한 몸매를 만드는 데에 몰두하고, 중장년층은 등산이나 걷기 등 야외 활동으로 건강을 챙긴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의 체육과 스포츠 활동, 이른바 ‘생활체육’에서는 일본이 한참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체육에 대한 한일 간 사회적 인식 차이는 학교 교육에서 체육이나 스포츠 활동이 갖는 위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입시 교육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체육을 반드시 필요한 학업의 일부가 아니라, 과외 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체육을, 체육과 진학이나 프로 진출을 원하는 일부 스포츠 엘리트를 위한 특수 과목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교육 과정에서 일관되게 체육이 매우 중요한 필수 과목으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수영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필수 교과목이다. 초등학교의 87%, 중학교의 72%가 수영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겪은 뒤에, 초등 교과에 생존수영 과목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꾸준히 수영 교육을 추진해 온 일본과 교육 내용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스포츠 클럽에 참여하는 것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의 대학에 재직할 때에는, 매년 입시에 지원하는 고교생을 면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에게 고교 시절에서 즐거웠던 경험을 물으면, 남녀를 불문하고 열 명 중 대여섯 명이 스포츠 클럽에 참여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잘 알려져 있는 구기 종목 클럽에서 활동한 학생이 많았지만, 개중에는 이름도 생소한 희귀 스포츠 종목에 꽂힌 열정적인 학생들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고교시절에 스스로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경험으로 스포츠 클럽에 참여했던 것을 꼽았다. 운동 능력을 길렀을 뿐 아니라, 그 속에서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팀워크의 중요성도 배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성인을 위한 생활체육 인프라도 잘 발달된 편이다. 대도시 도심에서도 조명 시설을 잘 갖춘 야외 야구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수영장이나 지역 운동 시설도 비교적 촘촘하게 갖추어져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적극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스포츠가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 비해, 일상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일본에서는 장을 보러 갈 때에도 자동차를 이용하기보다는,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여름에는 야외 활동으로 피부가 초콜릿처럼 까맣게 탄 아이들이 유니폼 차림으로 거리를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모습도 자주 보았다.

일본에서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시민이 전국 대회나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이번 파리올림픽 남자마라톤 종목의 대표선수 보결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와우치 유키(川内優輝) 선수는 사이타마 현청에서 일했던 공무원 마라토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시민 러너’로서 2018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금은 프로로 전향했으며, 37세가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또, 2022년 홋카이도 마라톤 일본인 여자 부문에서 우승한 ‘주부 러너’, 야마구치 하루카(山口遥・36) 선수도 있다. 중학교 때에 육상부원이었다는 야마구치 선수는 대학을 졸업한 뒤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파리마라톤 출전권은 따지 못했지만,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쟁쟁한 실업팀 프로들과 겨루었다.

◇ 체육을 중시하는 교육은 일본에서 배워야

건강한 신체는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에 몸을 제대로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생의 자산이다. 활동적인 어린 시절에는 주야장천 책상 앞에 앉아있기를 강요당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익숙지 않은 운동을 처음부터 배우느라 애써야 하는 현실에 모순을 느낀다. 체육을 중시하는 교육의 기조는 일본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렸을 때에 제대로 된 체육 교육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늘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음에도, 입시 교육에 밀려 체육 수업은 늘 뒷전이었다. 한참 나이가 든 뒤에야 운동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깨달았다. 운 좋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제대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였지만, 여전히 수영은 할 줄 모른다. 나도 입시 위주, 체육 경시 교육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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