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일 새벽 고속철 3개노선 방화, 이용객 80만명 발 묶여

고봉준 2024. 7. 2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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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개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발생한 TGV 철로 방화로 철도 운행이 차질을 빚자 파리 북역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UPI=연합뉴스]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파리 중심은 혼잡했다. 대다수 도로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졌고, 이곳저곳이 공사 중이었다. 내비게이션으로는 8분 걸린다고 안내된 곳이 실제로는 30분 이상 소요됐다. 지하철도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 콩코르드, 튀일리 역에 정차하지 않았다. 콩코르드 광장과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치된 앵발리드에는 경기장이 조성돼 18세기 프랑스혁명 때처럼 바리케이드가 가득했다. 한 택시 기사는 “이곳저곳이 막혀 있다. 감옥 같은 모습을 보여줘 미안하다”고 했다.

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이번 대회는 개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 남작의 나라 프랑스, 낭만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수도 파리에서 열리는 만큼 가장 우아한 올림픽이 되리라는 기대감이었다.

조직위원회는 전례 없는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 ‘선상 개회식’이다. 오후 7시30분부터 파리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150여개국 선수단을 실은 보트가 줄지어 센강을 가로질렀다.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를 시작으로 시리아와 카메룬 등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난민 팀이 뒤를 따랐고, 이후 프랑스 알파벳 순서대로 각국 선수단이 입장했다.

노트르담대성당과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등 파리 명소 인근의 센강변에서 관람객은 무료로 개회식을 즐길 수 있었다. AP통신은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 이후 12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올림픽이 신선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개회식”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대회는 루이비통과 디올, 티파니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그룹이 후원사로 나섰다. 1억5000만유로(약 2260억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LVMH그룹은 프랑스 선수단의 멋진 단복부터 감각적인 디자인의 메달, 명품의 섬세함을 담은 메달 트레이(쟁반) 등을 제작해 대회의 격을 높였다.

지난 25일 진행된 센강 개막식 리허설 모습.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 올림픽은 ‘저탄소·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해 내실도 다졌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공해를 유발하는 경기장 신설을 피하고, 대신 베르사유궁전(승마), 앙발리드(양궁), 그랑팔레(펜싱·태권도) 등 문화유산을 경기장으로 활용했다. 2020 도쿄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선수촌에는 골판지 침대를 들였고, 경기장이나 미디어센터 식당에는 육류 메뉴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올림픽 반대 시위가 파리 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는 올림픽 기간에 테러를 하겠다고 예고하는 영상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와중에 발생한 철도 방화 사태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올림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29일에야 철도 운행이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돼 80만명이 불편을 겪게 됐고, 국외로 연결된 유로스타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이번 공격이 사전 준비됐고 잘 짜였다는 사실을 안다”며 배후가 있음을 시사했지만 어떤 조직이 연루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금메달 5개와 종합순위 15위 진입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은 일찌감치 파리로 입성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21개 종목 14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파리 인근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 사전캠프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소화했다. 파리 도착 직후만 하더라도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 등 무더운 날씨가 지속돼 걱정이 컸지만, 개막을 앞두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모두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선수단은 여자 핸드볼이 1차전에서 강호 독일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에 온 여자 핸드볼 팀은 4점 차로 뒤진 후반 막판 골키퍼를 빼고 필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23-22로 승리해 8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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