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김건희 여사 부부생활 없는 듯” 발언에…與 “코미디 청문회”
김 여사의 고위직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여야 날선 공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6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을 주제로 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청문회에서, 여야는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 19일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주제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이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지난 대선 때 불법 녹취록으로 대선판을 흔들려고 하다가 실패한 서울의소리가 소송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최재영과 손잡고 철저히 기획해서 함정을 판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재영은 스스로 종교인으로 내세우지만, 서울의소리와 공모해 마치 스파이처럼 손목에 몰카 시계를 차고 불법 촬영을 한 범죄 혐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모습이 담긴 몰래카메라 영상을 처음 보도한 매체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내가 스스로 목격해서 내가 계획한 것"이라며 "이 사실을 얘기하니 (서울의소리 측에서) 카메라와 선물을 사주며 조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과거 김 여사가 메신저 대화에서 최 목사를 귀빈처럼 예우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없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사적인 감정을 의(義)로 승화시키느라 고통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며 "저라고 왜 영부인과 친하게 지내고 가깝게 지내면 좋은 줄 몰랐겠느냐"고 답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 목사가 사적 공간에 들어간 ‘주거 침입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한편, 그가 여러 차례 방북한 사실과 문재인 정부 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최 목사는 ‘왜 몰래카메라를 동원했느냐’는 송 의원의 지적에 "미국에서는 ‘언더커버’라고 한다. 몰카가 아니다"라며 "1차 접견을 할 때 제가 보는 앞에서 (김 여사가) 금융위원을 임명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다음 접견 기회가 있으면 증거를 채집해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 목사를 적극 엄호하며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결국 이 사건은 ‘김영란법 위반인데 김 여사가 공무원이 아니니 처벌할 수 없다’가 아니라,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를 김 여사가 저질렀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해야 맞는 것"이라며 "처벌 대상은 김 여사일 뿐 최 목사는 처벌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증인인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고 시인했다"며 "결국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청탁받고 금지된 물품을 수수한 것은 현행법 처벌 요건에 부합한다"고 가세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고위직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 목사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실을 겸해 역할을 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고위직 인사를 최종 조율할 때는 두 사람이 조율하는 것으로 저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여사에 대해 "수석도 야단치고, 장관·차관 자리를 임명하면 전화해서 (의향 전달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최 목사는 언론 보도로 공개된 김 여사와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와 관련,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가 의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도대체 김 여사는 잠을 안 주무신다. 새벽 3시, 4시에도 문자를 주고 받았더라"고 하자 "사적인 것은 알 수 없지만 부부 생활이 없는 것 같다. 한 침대를 쓰는 분이 외간 남자들과 통화하거나 카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그건 좀 심한 말씀"이라고 했고, 이어 "남자들과 1시간씩 막 전화도 하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느냐"고 하자 최 목사는 "그분(김 여사)이 야행성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야밤에 대통령 부인의 카톡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횟수에 대해서 정말 경악할 정도"라며 "옆에 있는 윤 대통령은 뭐하고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위원장은 법사위를 품격 있게 이끌어 달라"며 "새벽에 외간 남자와 카톡을 주고 받았다는 둥 부부 관계가 있니 없니 하는 등 코미디 같은 청문회를 하면서 대통령 부부를 비아냥대고 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최 목사의 증언대로 대통령 부인이 장·차관 인사에 개입했다면 이는 심각한 국정농단"이라며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와 어떠한 인사문제도 논의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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