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어느날 엄마가 부탁했다, 인간답게 떠나고 싶다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우리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책은 대만 재활병원 의사인 저자가 '소뇌실조증'에 걸린 어머니의 단식과 죽음을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책처럼 중병에 걸린 부모가 자식에게 존엄사 얘기를 먼저 꺼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가족 간의 '힐링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전 장례식 치르고 편안히 떠나… 21일의 마지막 여정 담담히 그려
◇단식 존엄사/비류잉 지음·채안나 옮김/268쪽·1만6800원·글항아리
한국은 2018년부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인 존엄사만 허용되고 있다. 환자가 약물 처방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조력 존엄사’나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직접 투여하는 ‘안락사’는 모두 금지다. 이달 국회에서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버튼만 누르면 수초 내 고통 없이 사망할 수 있는 ‘안락사 캡슐’이 개발된 스위스 등과는 다른 분위기다.
그렇기에 신간의 제목은 다소 낯설고 불편하게도 느껴진다. “‘굶어 죽는 것’에 존엄이라는 개념을 붙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따라왔다. 책은 대만 재활병원 의사인 저자가 ‘소뇌실조증’에 걸린 어머니의 단식과 죽음을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소뇌실조증은 동작 간 조화를 통제해주는 소뇌 기능을 상실해 말년에 반신불수에 이르는 유전병이다.
어머니는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인 64세에 이 병을 진단받은 뒤 20여 년간 투병한 끝에 의사인 큰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한다. “내가 살아 있는 의미가 없어지면 떠날 수 있게 도와줘.” 대만도 한국처럼 적극적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신간은 죽음에 대해 더욱 성찰하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한다. 누구나 맞는 죽음이지만 우리 대다수는 이 점을 잊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일쑤다.
저자의 가족이 어머니의 ‘생전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마음을 저릿하게 한다. 어머니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부를 남기고,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영상을 감상한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미처 모르는 찬란한 시절을 어머니의 입을 통해 듣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도, 남은 이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처럼 중병에 걸린 부모가 자식에게 존엄사 얘기를 먼저 꺼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쉽지는 않다. 다만 어머니의 존엄사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저자의 선택은 분명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가족 간의 ‘힐링 에세이’이기도 하다. 대만의 존엄사 역사, 장례 문화 등도 새롭게 비친다. 무엇보다 존엄사, 더 나아가 죽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야 ‘공영방송 장악’ 전쟁…초유의 ‘0명 방통위’
- [횡설수설/김승련]“檢조사에서 ‘국민들에 죄송하다’ 말했다”… 명품백 ‘전언사과’
- 尹 탄핵 청문회 결국 ‘맹탕’…여야 증인 대거 불참에 말싸움만
- “얼른 앞으로 가세요!”…수천명 몰린 티몬 본사[청계천 옆 사진관]
- [사설]대입도 취업도 재수는 기본, 이젠 삼수도 필수 되나
- [오늘과 내일/윤완준]윤-한 러브샷 뒤의 김건희
- 한번 땀이 나면 잘 멈추지 않고 땀이 나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
- 與 “채 상병 특검법, 이탈표 4명 중 3명은 단순 실수”
- [광화문에서/황규인]“올림픽 금메달 몇 개가 목표”… 그렇게 운동하는 시대는 갔다
- [사설]상속세 대주주 할증 폐지, ‘부자 감세’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