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무대’ 예상 허문 변칙 공격… 女핸드볼, 다시 ‘우생순’
강호 독일과의 첫 경기 1점차 승리… 후반 4골차 벌어졌지만 끝내 역전
스웨덴 출신 감독 ‘극단 전술’… 공격때 골키퍼 빼고 모두가 ‘닥공’
수비땐 빠르게 교체, 골문 지키게
한국의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여자 핸드볼이 ‘파리판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의 1막을 성공적으로 열어젖혔다. ‘우생순’은 한국이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 끝에 준우승했던 2004년 아테네 대회 여자 핸드볼 결승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덴마크와 열아홉 번의 동점 끝에 연장전과 재연장전을 치렀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승부던지기로 메달 색깔을 가렸다.
이날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업셋(전력이 약한 팀이 강한 팀을 꺾는 것)’이었다. 두 팀 경기를 앞두고 영국 베팅 사이트 ‘bet365’는 한국이 이길 확률을 7.1%로 표시했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이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한국이 독일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2년 런던 대회까지 8회 연속 올림픽 4강에 들며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딴 세계 최정상급 전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 32개국 중 22위를 했다. 독일은 이 대회에서 6위를 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12개국 중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0위 이내에 들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한국이 상대한 독일 선수들의 평균 키는 177.6cm로 한국(평균 172.9cm)보다 5cm 가까이 컸다. 한국은 빠른 발과 몸을 던지는 수비로 맞섰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사진)은 독일 선수들을 두고 ‘빅 앤드 톨(big and tall)’이라고 했다. 경기는 13번의 동점이 있었을 만큼 접전이었다. 한국은 전반을 11-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후반 10분이 지날 때까지 14-14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한국이 내리 4골을 내주면서 14-18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전세가 독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연속 3골을 몰아치며 다시 따라붙었다. 후반 23분엔 김다영의 득점으로 20-19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리드를 내주지 않고 한 점 차 승리로 마무리했다. 시그넬 감독은 경기 후 “독일 선수들의 피지컬이 좋아 이를 뚫는 데 애를 먹었는데 수비에선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경기 중 최고였다”고 했다.
한국은 2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슬로베니아는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에 4골 차로 이겼던 팀이지만 A조에선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다. 슬로베니아는 이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덴마크에 19-27로 패했다. 시그넬 감독은 슬로베니아전을 두고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이다. 다시 겸손한 자세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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