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첫 주말 물·총·칼 보라...김우민·황선우·반효진·오상욱 출격
2024 파리 올림픽이 현지 시각 26일 저녁 공식 개막한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128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기장을 벗어난 개회식으로 변화를 줬다. 선수들을 태운 100여 척 배가 노르트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 명소를 배경으로 센(Seine)강을 가로질러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향할 예정.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린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는 다음 달 11일까지 17일 동안 206국 1만500여 명 선수가 32종목에서 329개 금메달을 놓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그리고 다 함께 경쟁으로 만들어간다.
한국은 구기와 투기 종목이 대거 올림픽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인 143명(21종목) 선수를 파견했다. 시작이 반이다. 이번 주말 태극 전사들은 ‘골든 위크엔드’를 기대한다.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면 당초 목표(금메달 5개)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다. 27일과 28일 메달 유망주들이 잇따라 출격한다. 지금까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6개를 기록한 상태라 파리에서 누가 100번째 주인공이 될지도 관심사다.
한국은 2008 베이징부터 2020 도쿄까지 매번 대회 첫날 금빛 낭보를 전했다. 신호탄은 사격에서 쏜다. 1992 바르셀로나에서 고교생 여갑순이 대회 1호 금메달이 걸려 있던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정상, 진종오는 2012 런던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하며 상쾌한 출발을 알린 바 있다.
27일 오후 4시(이하 한국 시각)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 나서는 박하준(24)-금지현(24), 최대한(20)-반효진(17)이 반란을 꿈꾼다. 남자 소총 간판 박하준과 호흡을 맞추는 금지현은 ‘엄마 총잡이’로 주목받은 선수. 2022년 10월 임신한 몸으로 카이로 월드컵에서 파리행 티켓을 따낸 그는 “엄마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체고 2학년 반효진은 여갑순과 강초현(2000 시드니 은메달)을 따라 ‘여고생 소총수’ 계보를 이을지 기대를 모은다.
다음 주자는 수영 ‘황금 세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 2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대거 챙긴 이들은 파리에서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겠다는 야망을 갖고 나선다. 첫 영자(泳者)는 남자 자유형 400m 김우민(23). 400m 우승 경쟁 구도는 루카스 마르텐스(독일)와 새뮤얼 쇼트, 일라이자 위닝턴(이상 호주) 4파전으로 좁혀지는데 수영 전문 매체 스윔스왬은 김우민이 쇼트와 마르텐스에 이어 동메달을 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기록은 김우민이 앞선 세 선수에 이은 4위다. 하지만 김우민은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위닝턴과 마르텐스를 제친 데다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강훈련을 소화한 뒤 자신감이 배가됐다. 그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나니 설레는 마음으로 올림픽을 기다리게 되더라”며 “라데팡스 메인 수영장에 처음 갔을 때도 시상대부터 보며 꼭 올라가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400m 예선은 27일 오후 6시, 결승은 28일 오전 3시 42분 펼쳐진다.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챔피언 황선우(21)는 28일 오후 6시 예선을 치르고, 29일 오전 3시 46분 준결승에 나설 전망이다. 결승은 30일 새벽이다.
이어 펜싱 ‘뉴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가 출격한다. 2012 런던부터 올림픽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펜싱 역시 초반 한국 대표 기세를 지탱할 책임감을 지닌 채 등장한다. 종주국 프랑스의 유서 깊은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남자 사브르는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멤버인 구본길(35)과 오상욱(28)에 신예 박상원(24)과 도경동(25)이 새로 합류했다. 단체전 올림픽 3연패(連覇) 도전에 앞서 개인전이 먼저 열리는데 오상욱과 구본길, 박상원이 나선다. 런던·도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맏형 구본길은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첫 개인전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192cm 큰 키에 스피드와 탄력까지 갖춰 ‘몬스터’로 불리는 오상욱은 그랑 팔레에 애국가를 울리게 할 강력한 후보다.
2020 도쿄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송세라(31)와 강영미(39), 최인정(34), 이혜인(29)은 이번에 완전체 그대로 파리로 돌아왔다.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담아 스스로를 ‘금둥이’라 부르는 이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을 차지한 후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최인정이 지난 3월 복귀를 결정하며 다시 뭉쳤다. 개인전에선 2022 세계선수권 우승자 송세라와 이혜인, 강영미가 메달을 노린다. 여자 에페는 28일 오전 4시 30분, 남자 사브르는 오전 4시 55분 각각 개인전 결승이 예정돼 있다.
주말 밤 마지막은 단체전 올림픽 10연패에 도전하는 여자 양궁이 장식한다. 25일 치른 랭킹 라운드에서 올림픽 신기록(2046점)을 합작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 ‘신궁(神弓)’ 계보를 이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21)은 694점을 쏴 세계 기록을 세웠고, 19세 남수현도 688점으로 2위에 올랐다. 임시현과 남수현, 전훈영(30)으로 꾸려진 여자 양궁 대표팀은 1번 시드를 확보해 8강전부터 나서는데 대만-미국 1회전 승자와 28일 오후 9시 38분 4강 진출을 가린다. 결승전 시각은 29일 0시 11분. 양궁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첫 무대를 잘 꾸려야 한다. 임시현은 여자 단체와 개인, 혼성 단체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 11개로 ‘효자 종목’이던 유도는 2012 런던 이후 ‘노 골드’ 침체다. 이번에 과거 올림픽에서 은(리우)·동메달(도쿄)을 따낸 남자 66kg급 안바울(30)이 28일 세 번째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이려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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