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선임→탄핵… MBC 둘러싸고 끝없는 ‘방통위 전쟁’

박국희 기자 2024. 7. 2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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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치닫는 與野 공방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장관급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사흘간 열렸다./뉴스1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6일 자진 사퇴하면서 사상 초유의 ‘방통위원 0명’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이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곧바로 이 직무대행의 사퇴를 재가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민주당의 ‘시계’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는 8월 12일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서 MBC 사장 임명권을 쥐고 있고, 방통위는 이런 방문진 이사의 임명권을 갖고 있다.

방문진 이사는 모두 9명이다.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이뤄지는데 지금 이사진은 문재인 정부 때 구성됐다. 오는 8월 12일에는 국민의힘 추천이 6명이 되는 구도로 바뀌게 된다. 이후 국민의힘 우위 구도의 방문진이 MBC 경영진 교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직무대행의 탄핵을 추진했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도 예고하고 있다. 5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는 최소 2명이다. 민주당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이 직무대행 탄핵까지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양인성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3일 연속 진행됐다. 장관급으로선 처음이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 9일 국회에 제출됐고 국회법에 따라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원장은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관례대로 1~2일 정도 시한을 두고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시한이 지나면 그대로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8월 첫 주까지는 임명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자진 사퇴한 이상인 방통위원은 애초 대통령 몫 추천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국회 청문회나 여야 추천 절차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다. 여권에서는 이진숙 후보자 임명 시점을 전후해 대통령 몫 방통위원도 임명하면서 방통위 ‘2인 체제’를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진 교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사 후보자 공모 절차를 지난 19일 마치고 결격 사유 조회 등 비공개 심사를 하고 있다. ‘2인 체제’가 복구되면 곧바로 신임 방문진 이사진 의결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인 체제’ 역시 5인 체제를 규정한 방통위법 위법이라며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곧바로 탄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구체적인 법률 위반 행위다. 탄핵은 탄핵 대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후보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만 했다고 탄핵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떤 행위를 해야 야당도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며 “이 후보자가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의결해야 민주당이 이를 사유로 탄핵을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 쪽으로 가더라도 이미 의결한 방문진 이사 교체를 되돌리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여권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 재구성이라는 목적을 일단 달성했기 때문에, 차기 방통위원장은 ‘헌재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따져 보자’고 하면서 직무 정지를 감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히 방문진 이사 교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은 없다”면서도 “가처분 소송 등으로 따져볼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방문진 이사진이 교체되면 곧바로 MBC 사장 교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권을 언론 직능 단체 등에 주는 내용을 담은 야당의 ‘방송 4법’ 통과를 막기 위해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하지만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있는 시간(법안 당 24시간)이 지나자마자 야당은 26일 방통위법을 가결했다. 남은 방송 3법도 순차적으로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명(위원장과 위원 1명), 국회 추천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작년 8월 말부터 국회 추천 몫 방통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또는 ‘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됐다. 야당은 “대통령 지명 위원 2명만으로 안건을 의결하는 일은 전례가 없고,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통위법에는 ‘위원회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있다. 재적 위원 2인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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