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기아… 2분기 실적 ‘트리플 신기록’
기아가 올 2분기(4~6월)에 매출,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등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트리플 신기록’을 세웠다.
26일 기아는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 영업이익률이 13.2%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7.1%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022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같이 고급차만 판매하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 테슬라나 포드·스텔란티스 등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반면, 지난 25일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에 이어 기아까지 좋은 성적을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기아가 SUV를 중심으로 한 RV(레저용 차량·SUV+밴)에 특화된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기아는 상반기 기준 글로벌 판매량이 157만60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눈에 띄는 신차도 없었다.
그런데도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주요 시장에서 RV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미국의 경우 RV 비율이 작년 상반기 71.7%에서 올 상반기 78%까지 커졌다. 국내도 이 비율이 같은 기간 57.3%에서 65.2%가 됐다. 유럽에서도 상반기 기아가 판매한 차 10대 중 7대가 RV다.
SUV는 비슷한 크기의 세단과 비교했을 때 차 가격이 더 비싼 편이다. 차체가 높아 덩치가 크고 무거워 엔진도 배기량이 더 큰 고출력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를 개발하거나 생산할 때 사용하는 기본 골격(플랫폼)의 원가는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RV 비율이 높아지면서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제품 전체의 평균 가격은 2분기 3630만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약 7% 올랐다.
캐즘 한복판이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도 기아는 선전하고 있다. 2분기 전기차 판매량이 약 5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 대형 SUV ‘EV9′이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에만 9671대 팔린 것이 영향이 컸다.
하반기에도 RV와 전기차 주도의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기아는 미국에서 부분 변경한 중형 SUV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새로 나온 신형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출시한다. 유럽에서는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보조금 포함)한 소형 전기차 EV3와 주력 전기차인 EV6의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올 상반기(1~6월) 실적을 종합해 보면 판매량을 제외한 대부분 경영 지표에서 반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이라며 “올해 연매출 100조 돌파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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