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장관이 두 번이나 말 걸었지만... 北대사는 ‘묵묵부답'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 갈라만찬에서 남·북한 당국자가 마주쳤지만, 북측의 거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우리 측 참석자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북한 측 참석자인 리영철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에게 다가가 팔을 잡으며 말을 걸었지만, 리 대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년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함께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는 남·북한이 모두 초청 받는다. 북한은 2000년 ARF에 가입한 이후 꾸준히 이 회의에 참석해 왔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부터는 외무상을 보내지 않고, 아세안 회의가 열리는 해당 국가 주재 대사나 아세안대표부 대사를 대신 참석시키고 있다. 올해도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불참한 가운데, 리 대사가 대참했다.
올해 의장국인 라오스가 주최한 이날 갈라 만찬에는 리 대사가 먼저 도착했다. 리 대사는 “최 외무상은 왜 오지 않았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5분쯤 후 조 장관이 입장했다. 조 장관은 “리 대사와 얘기를 나눴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아직”이라고 했다.
처음 두 사람이 근접했을 때, 조 장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뒤를 지나가던 리 대사를 부르는 듯했지만 리 대사는 앞만 보고 조 장관을 지나쳤다. 잠시 후 조 장관이 리 대사에게 다가가 팔을 잡으며 말을 거는 모습을 보였지만, 리 대사는 뒷짐을 진 채 앞만 바라보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 장관은 약 3초 후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이 장면이 모두 카메라에 담겼다.
리 대사는 이날 “오물풍선 살포 이유가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만나자고 했는데 그에 대한 입장이 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도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정의하고 반(反)통일 노선을 추구하고 있어 리 대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한국 측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다고 말한 뒤, 북한은 “괴뢰 한국”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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