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남들과 다르다고 움츠러들지 마… 너의 아름다움이 빛날 날 올 거야
인어공주의 딸의 딸의 딸 누누
효진 글·그림 | 노란돼지 | 40쪽 | 1만6000원
“엄마가 새 수영복 사 줬어!” “재밌겠다!” “신난다!”
교실의 친구들은 모두 잔뜩 신이 났다. 오늘은 체육 시간에 수영장에 가는 날. 그런데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 사이에 빨간 머리핀을 꽂은 소녀 누누는 풀이 죽어 있다. ‘나도 같이 놀고 싶은데….’
사실 누누는 인어다. 어부 아빠와 사랑에 빠진 인어 엄마가 결혼해 낳은 딸. 물에 닿으면 누누는 허리 아래가 물고기처럼 변하고 꼬리지느러미가 생겨난다.
이건 누누네 가족만 아는 비밀. “엄마, 난 왜 다른 애들하고 달라? 난 물고기야, 사람이야, 뭐야?” 누누가 물으면 엄마, 아빠는 측은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누누는 사랑하는 우리 딸이지. 그치만 인어인 걸 사람들이 알면 안 돼. 이상하게 여기고 무서워할 수도 있거든.” 목욕할 때면 욕조에 누워 물 위로 꼬리 지느러미를 첨벙첨벙 하며 또 생각한다. ‘평범하지 않은 건 싫어. 이상해….’
예쁜 열대 물고기가 가득한 수족관 앞을 지날 때면 물고기들이 누누에게 말을 건다. “너 인어구나! 왜 모르는 척 해?” “아까 눈 마주쳤잖아. 같이 놀자~!” 수산물 가게 앞을 지날 땐 누누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고등어와 광어 사이에 꼬리 지느러미가 돋아난 자신이 눕혀져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만다.
그리고 사건은 친구들과 함께 수영장에 간 날 벌어졌다. 수영장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누누에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친구가 물에 빠진 것이다. “하윤아!” 누누는 고민할 틈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하윤이를 구해냈다. 이런, 큰일이다. 비밀을 들켜 버렸다!
또래 친구와 잘 지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 동시에 예민하고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함께 놀다 보면 미운 친구가 생기거나 편을 갈라 싸우거나 토라지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이 중요한 만큼, 서로 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아껴줄 줄 아는 이해심도 중요하다.
누누는 인어라는 게 알려진 게 두려워 그만 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은 친구를 구해낸 누누를 칭찬하고, 친구들은 예쁘게 반짝이는 누누의 인어 몸을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다르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서로를 인정할 준비만 돼 있다면 다름은 축복으로 바뀐다.
속표지 첫 장에 누누가 일기처럼 쓴 인어 엄마와 어부 아빠의 사랑 이야기가 귀여워 자꾸만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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