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본격 메달 레이스에 돌입했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 종합순위 15위로 비교적 낮은 목표를 설정했지만, 대회 직전 분위기가 좋다. 올림픽 전문 사이트 ‘그레이스 노트’는 한국이 금메달 9개를 획득해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선수단의 성패는 대회 초반에 갈릴 전망이다. 29일(이하 한국시간) 성적에 따라 전체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빛낼 별들과 주요 일정을 훑어봤다.
첫 번째 메달 이벤트는 27일 오후 열리는 사격 10m 혼성 공기소총이다.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 최대한(경남대)-반효진(대구체고)이 짝을 이뤄 메달 사냥에 나선다.
반효진은 1992 바르셀로나 금메달 여갑순과 2000 시드니 은메달 강초현의 뒤를 잇는 ‘여고생 사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반효진은 비교적 늦은 14세 때 총을 잡았지만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랭킹은 57위지만 지난 3월 올림픽 선발전 1위에 오르며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반효진은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제일 독하게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하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은·동 1개씩을 따냈다. 올해 자카르타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우승하는 등 국제대회 성적이 좋다. ‘엄마 선수’ 금지현은 2022년 10월 임신한 몸으로 카이로 월드컵에 출전해 파리 올림픽 출전 쿼터를 따낸 선수다. 지난 5월 바쿠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낸 금지현은 갓 돌을 지난 딸을 한국에 두고 파리에 왔다. 그는 “아이 사진과 올림픽 메달을 함께 흔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혼성전은 남녀 선수가 30분 동안 30발씩을 쏜 뒤 상위 8팀이 결선을 치른다.
금빛 총성이 울리지 않는다면 펜싱장으로 가 보자. 남자 사브르의 에이스 오상욱(대전시청), 여자 에페 송세라(부산시청)가 출격한다. 세계랭킹 7위 오상욱은 올해 초 손목 부상을 입었지만,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 2관왕 송세라(세계랭킹 7위)는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주종목 400m에 출전하는 수영 자유형 김우민(강원도청)도 유력한 첫 메달 후보다. 김우민은 지난 2월 세계선수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6월엔 개인 최고 기록을 3분42초02까지 앞당겼다. 올해 기록은 일라이자 위닝턴(호주·3분41초41), 사무엘 쇼트(호주·3분41초63) 등에 이은 4위다. 김우민은 “400m 결선을 마치면 행복할 것 같다. 3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준비한 걸 모두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영광스럽다”고 했다.
현지시간 29일은 금메달 2개 이상이 기대된다. 수영 황금세대를 이끄는 황선우(강원도청)가 주종목 200m 결선에 출전한다. 황선우는 고교생이었던 도쿄 올림픽에서 150m 구간까지 선두였으나 마지막에 힘이 떨어져 7위를 기록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황선우는 대회를 앞두고 테이퍼링(강도 높은 훈련 이후 양을 줄여 컨디션을 찾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힘을 모았다.
남자 양궁은 단체전 3연패를 겨냥한다. 도쿄 올림픽 우승을 합작한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과 신예 김제덕(예천군청),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 이우석(코오롱엑스텐보이즈)의 ‘드림팀’이 출격한다. 세 선수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경험도 풍부해 금메달을 자신한다. 개인전 예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쏜 여자 양궁 에이스 임시현(한국체대)은 개인전·단체전은 물론 김우진과 호흡을 맞추는 혼성 경기에서도 우승을 노린다.
여자 57㎏급의 허미미(경북도청)는 유도 대표팀 에이스다. 그는 한국인 아버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이케다 우미’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자랐다. 그러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한국으로 귀화했다. 1996년 애틀랜타 조민선 이후 명맥이 끊긴 여자 유도 금맥을 다시 캐려 한다. 허미미는 지난 5월 세계선수권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꺾었다. 데구치를 매트에 눕힌 업어치기는 알고도 당하는 ‘필살기’다.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은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무릎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회복세다. 다만 험난한 대진을 뚫어야 한다. 조별리그를 넘으면 전 세계랭킹 1위이자 상대전적에서 열세인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을 8강에서 만난다. 준결승에선 랭킹 3위 타이쯔잉(대만)과 싸울 게 유력하다. 결승 상대는 아시안게임에서 이긴 랭킹 2위 천위페이(중국)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탁구는 여자 개인·단체 및 혼합복식에 출전하는 신유빈(대한항공)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은 대회 막바지 육상 높이뛰기에 출격한다. 우상혁은 3년 전 도쿄에서 ‘아름다운 4위’를 차지하고 멋진 거수 경례를 펼쳤다. 이듬해엔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냈고, 이제 육상 사상 첫 트랙&필드 종목 메달을 꿈꾼다. 군인이던 도쿄 올림픽 때보다 더 짧은 머리를 한 우상혁은 “이 한 몸 갈아넣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골프 여자부 고진영·양희영·김효주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남자는 김주형과 안병훈이 출전한다. 전망이 밝진 않지만, 메달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재형이 메달을 따내면 가족 세 명이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진기록을 세운다. ‘포스트 장미란’으로 꼽히는 역도 여자 무제한급의 박혜정(고양시청)도 메달 획득은 무난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