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앞에서 했다는 사과, 국민 앞에서 하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명품 백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김 여사 법률 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가 밝혔다. 조사받기 전 검사들에게 “이런 자리에서 뵙게 돼 송구스럽다.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심정을 드러낸 것을 법률 대리인이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조사받은 지 닷새 만에 변호사가 이를 공개하고 대통령실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 부인은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기대치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김 여사의 그런 생각은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과를 하고 싶다면 검사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이 옳다. 변호사를 통해 알려진 이런 ‘비공개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 부인이 헌정사 최초로 대면 조사를 받았다. 건국 이래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수사에 협조한 적이 없다”는 말도 했다.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받았다. 검찰 소환 조사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검찰청사에서 하는 게 원칙처럼 돼 있다. 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부인들도 다 검찰청사에서 조사받았다. 그런데 김 여사가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은 것을 두고 헌정사에 남을 결단인 것처럼 말하면 납득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김 여사의 소환 조사는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고발된 지 거의 4년 만에, 명품 백 사건은 7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조사가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사건은 친북 인물과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 공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 자체는 부적절했던 만큼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 김 여사가 빨리 사과했으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그 일을 이렇게 키우더니 지금에 와서도 사과를 국민 앞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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