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다시 우생순

김홍준 2024. 7.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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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22초 전. 강경민이 공을 잡았다. 공을 건네준 류은희는 스크린플레이를 펼치며 독일 수비진 2명을 묶었다. 강경민은 몸을 급격히 틀어 자신의 필살기인 ‘풍차슛’을 날렸다. 골망이 흔들렸다. TV중계 해설자도 짧은 비명을 질렀다.

23-22. 2024 파리 올림픽 핸드볼 여자부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이 강경민의 이 결승골로 승리를 일궜다. 14-18까지 밀린 상황을 뒤집은 드라마 같은 실화였다. 한밤 소나기 소리를 뚫고 아파트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자핸드볼은 우리나라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한 출전 종목이다. 5~6㎝ 더 커서 체격 조건이 월등한 유럽 강국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신장보다 심장으로 뛰었어요”라는 멘트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강경민의 결승골 직전 골키퍼 박새영의 수퍼세이브가 있었다. 에이스 류은희는 흔들림 없이 6골을 넣었다. 모든 구기종목이 그렇듯, 수퍼스타 한 명으로 이길 순 없다. 독일과의 경기 후 우승한 듯 모든 선수가 어깨동무 세리머니를 펼친 건 그 방증이다. 2004년 은메달을 딴 여자핸드볼은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를 낳았다. 20년 뒤 파리. ‘다시 우생순’이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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