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모친이 선택한 마지막 길
이해준 2024. 7. 27. 00:01
비류잉 지음
채안나 옮김
글항아리
대만의 여성 의사인 저자가 내밀한 가족사를 고백하며 ‘존엄사’라는 사회적 이슈를 풀어냈다.
그의 어머니는 60대 중반 희귀병인 소뇌실조증을 진단받는다. 20년 가까이 투병하며 점점 몸을 가누기 어려워진다. 재봉 일도, 요가도 못 하게 된 어머니는 “이번 생에 할 일을 다 했다”며 적당한 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는 희망을 품는다. 약물투입을 통한 안락사를 하려면 스위스까지 가야 한다. 절차와 기준도 까다롭다. 그래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천천히 죽음을 향해가는 ‘단식 존엄사’를 택한다.
의사 중에는 의외로 병원에서 임종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 코로 관을 연결해 영양을 공급하고, 도뇨관으로 소변을 빼내고, 기도 삽관을 하며 연명하다가 전기충격기에 갈비뼈가 부러진 채 임종하는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곡기를 끊은 모친은 열흘간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진다. 가족들은 추억을 나누고 이별을 준비한다. 17일째에는 ‘생전 장례식’이라는 의식도 치른다. 19일째부터 호흡이 미약해지고 21일째 편안한 얼굴로 숨을 거둔다. 부제는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읽는 내내 낯설고 냉랭한 병원 처치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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