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마크롱의 올림픽 세일즈
프랑스 대통령 관저(官邸) 엘리제 궁에서 파리 올림픽 취재를 온 해외 기자 대상 리셉션이 지난 22일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0여 명의 외국 기자 앞에 직접 나섰다. 그는 이날 하루 프랑스 대통령이 아닌, 프랑스 대표 ‘올림픽 홍보맨’이었다.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프랑스가 해냈다”며 ‘사상 최초의 야외·수상 개막식’ ‘최고의 지속 가능 올림픽’ ‘최초의 성평등 올림픽’ 등 파리 올림픽의 역사적 의의를 줄줄이 읊었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프랑스라는 나라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키겠다는 열정이 대단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은 프랑스의 미식(美食), 다양한 문화 유산, 과학 기술 혁신, 그리고 신기술 기업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을 경험한 이들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시 프랑스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올림픽을 프랑스 문화와 경제·산업을 홍보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마크롱은 솔직했다.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은 그저 명분인지도 모른다. 올림픽은 한 국가의 수준과 역량을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통해 전 세계에 선전하는 기회로 더 중요할 수 있다. 올림픽이 항상 그런 이중적 모습을 지녀온 것도 사실이다. 1924년 파리 올림픽은 1차 대전의 참화에서 회복한 프랑스의 영광을,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나치 독일이 유럽 최강국이 되었음을 공표하는 무대였다. 1964년 도쿄, 1988년 서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각각 일본·한국·중국의 경제성장과 굴기(崛起)를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했다. 각국이 수십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올림픽 행사를 서로 하겠다고 경쟁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물론 멍석을 깔아준다고 아무나 재주를 보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날 외국 기자들 앞에서 ‘프랑스 세일즈’에 나서는 마크롱의 모습은 그저 감탄스러웠다. 그는 12분에 걸친 연설을 모두 영어로 했다. 그러곤 단상 아래로 내려와 1시간 가까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브리짓 마크롱 여사도 현장에 나와 그를 거들었다.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고, 기자들의 셀피(selfie) 요청에 일일이 응답하며 매력을 발산했다.
자연스레 한국 정치인 중 여야를 통틀어 과연 몇이나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외국어 실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유명세를 국가 홍보에 활용할 줄 아는 영민함, 또 그런 능력과 감각을 부부 모두가 갖췄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편가르기와 줄서기, 남 탓하기 전문가들 대신 저런 인물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인의 능력과 품격을 겨루는 올림픽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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