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윤-한 러브샷 뒤의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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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을 것이다.
한 참석자는 "한동훈 대표가 누가 시킨다고 하는 성격이냐"고 했지만 두 사람 성격을 볼 때 한 대표가 먼저 제안했을 리는 없다.
여권 관계자들은 총선 때와 달리 두 사람이 당장 극한 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선후배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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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을 것이다. 한 참석자는 “한동훈 대표가 누가 시킨다고 하는 성격이냐”고 했지만 두 사람 성격을 볼 때 한 대표가 먼저 제안했을 리는 없다.
윤 대통령은 맥주잔, 한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제로콜라 잔을 들었다. 두 사람의 러브샷에 24일 만찬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총선 때 돌이킬 수 없다는 평가까지 들으며 정면충돌했던 두 사람이 잔을 부딪치는 모습에 대통령실은 “당정이 결속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통 큰 선배와 변화 요구하는 후배
여권 관계자들은 총선 때와 달리 두 사람이 당장 극한 충돌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을 잘 아는 한 의원은 “두 사람은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대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라며 “충돌하다 정권 재창출을 못 했을 때 가장 타격을 크게 받는 게 바로 자신들”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 여유 있는 승리를 자신하다 0.73%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긴 구도에서 3년 뒤 대선이 더 불리하면 불리하지 유리하지 않은 지형임을 두 사람 다 잘 알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선후배 검사 사이는 원래 그렇게 싸우는 사이”라고 했다. “왜 시키는 대로 안 해”라고 후배 검사를 깼다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왜 네 생각대로 안 해”라고 또 싸우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니 심하게 싸웠다고 오랜 신뢰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4일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술은 안 마시더라도 술자리도 자주 해라, 상갓집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술은 한 모금도 입에 안 대는 한 대표에게 사람들과 더 자주, 폭넓게 만나라는 통 큰 선배의 조언이었을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선후배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두 사람 관계가 선후배 관계를 넘어 공적 관계라는 점을 말해 왔다. 한 대표는 “압도적 득표율의 당심과 민심이 63%로 같게 나타난 점이 중요하다”며 당심과 민심 모두 당정 관계의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시는 충돌하지 말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갈등의 핵심 원인을 풀지 않고 러브샷의 여운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러브샷보다 제2부속실 설치
두 사람 충돌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다. 한 대표의 당선 당일 발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도 “검찰이 김 여사 수사 방식과 조사 장소를 정할 때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가 사퇴를 요구받은 그 ‘국민 눈높이’를 다시 꺼낸 것이다.
두 사람이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갈등할 가능성은 언제든 남아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적 지위에 오른 뒤 사인(私人) 시절 알았던 사람이라도 만남을 조심하고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은 새로 만나지 않아야 하는 기본 처신을 제대로 못 한 데서 시작됐다.
올해 1월만 해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미국처럼 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는 논문이 공유됐다. 영부인을 공식적으로 보좌하며 문제를 예방할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했다. 하지만 흐지부지되다 지금은 아예 만들지 않으려 한다.
윤-한 관계를 새로 정립할 여러 방법 중 한 가지는 러브샷보다 김 여사 문제에서 윤 대통령이 변화하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제2부속실 설치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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