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정]한국 서비스 수출, 세계 추세와 거꾸로 가는 이유
한국 서비스 수출은 오히려 하향 추세
산업 이끌어온 기업들 대부분 영세한 탓
‘타다 금지법’ 등 규제가 혁신기업 성장 저해
2020년 코로나19 이후 세계 통상 환경 변화 중 눈에 띄는 현상 중의 하나는 서비스 무역이 상품 무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통계를 살펴보면 세계 상품 수출 총액은 2013년 18조9000억 달러에서 2022년 24조9000억 달러로 31.7% 증가한 반면에 세계 서비스 수출 총액은 동 기간 4조8000억 달러에서 7조 달러로 44.8% 증가했다. 세계 총수출 중 서비스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제조업에 비해 40% 이상 빠른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이후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인해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진행되었고,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 확대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작업에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서비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서비스 지원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서비스업 분야인 음식, 호텔, 관광, 판매, 교육, 운수 등에도 IT를 응용한 새로운 플랫폼 사업이 진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산업 성장이 가속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글로벌 추세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서비스 수출의 글로벌 경쟁력이 아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품 수출의 경우 2013년 세계 7위에서 2022년 6위로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반면에 서비스 수출은 동 기간 세계 14위에서 15위로 오히려 다소 하향 추세를 보인다. 둘째, 세계 총수출 중 세계 서비스 총수출의 비중은 20% 정도이지만, 한국은 15% 내외로 세계 평균 비중보다 낮은 수준에 고착되어 있다.
우리 경제 내에서 서비스 산업의 총부가가치 및 고용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산업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서비스 수출의 비중과 규모가 글로벌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은, 서비스 산업 자체의 생산성이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 수출은 제조업 수출과 여러모로 다르지만, 특히 수출기업 분포가 많이 다르다. 통계청의 기업 특성별 무역통계 자료를 보면 우선, 광·제조업 수출기업 수 비율은 줄고, 서비스 수출기업 수 비율은 늘고 있다. 2017년 기준 수출기업 수는 9만3922개에서 2023년 9만7231개로 증가하였으나 광·제조업 분야에서는 43.7%에서 40.3%로 줄었고, 서비스업에서는 반대로 56.3%에서 59.7%로 거의 6 대 4의 비율에 근접하고 있다. 둘째, 광·제조업 분야는 대·중견 수출기업 비중이 높지만, 서비스 산업은 중소 수출기업 비중이 높다. 2023년을 보면 대·중견 수출기업은 광·제조업 비율이 60.6%이나 중소 수출기업의 서비스 산업 비율은 50.6%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서비스 산업 생산성과 교역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치는 이유가 서비스 산업 내의 주요 플레이어가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대·중견기업이 다수인 제조업보다 중소 영세기업 중심의 서비스 산업의 상대적 생산성이 세계 하위권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2023년 6월 정부는 2027년까지 서비스 수출 목표액 2000억 달러, 세계 10위를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여러 수출지원 기관의 서비스업 지원 규모를 2023년 수준에서 50% 이상 확대하고, 2027년까지 총 64조 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하며, 유망 서비스 업종을 선별 집중지원하고, 동시에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 지원 방향은 잘 설정되었고 앞으로 우리 정부의 노력과 결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가 우선 철폐되어야 한다.
혁신적이고 역량 있는 서비스 기업의 시장 진입과 해외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은 사업 자본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정책금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비스 산업 내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그 원인이다. 하나의 예로, “타다 금지법”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이 법이 한국에서 혁신적인 운수 서비스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서비스 산업 내 규제 철폐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서비스 산업의 미래 10년이 과거 10년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점도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야 ‘공영방송 장악’ 전쟁…초유의 ‘0명 방통위’
- 尹 탄핵 청문회 결국 ‘맹탕’…여야 증인 대거 불참에 말싸움만
- “얼른 앞으로 가세요!”…수천명 몰린 티몬 본사[청계천 옆 사진관]
- 與 “채 상병 특검법, 이탈표 4명 중 3명은 단순 실수”
- 오바마-미셸,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대선 승리 위해 최선”
- 의대 교수 44% “타 병원 전공의 안 뽑아”
- 한번 땀이 나면 잘 멈추지 않고 땀이 나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
- ‘쯔양 협박 갈취 혐의’ 구제역·주작감별사 구속…“2차 가해 우려”
- 사도광산, 27일 한일 합의로 세계유산 등재될 듯… 강제노역 반성은 미지수
- [단독]민주 재선의원-김규현 변호사 접촉 정황…공수처, 녹취록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