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 '천사' 되다 [책이 된 웹소설: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
씨 없는 포도와 함께 대륙으로
역사 속 비극 로어노크 구원기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은 귀농물과 대체역사물을 혼합했다.[사진=펙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6/thescoop1/20240726221355922aqxt.jpg)
네이버 웹툰과 문피아가 지난 5월 개최한 웹소설 공모전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선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대체역사 소설 「신화 속 양치기 노예가 되었다」 등으로 독자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간다왼쪽' 작가가 귀농물을 소재로 공모전에 도전했다. 간다왼쪽 작가의 작품 속 귀농 규모는 남다르다. 현대의 농장을 1588년 북미 대륙으로 보내는 선택을 했다.
웹소설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은 제목에서 줄거리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북미 대륙에서 농사를 짓는 주인공으로 인해 바뀌는 역사와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라 짐작할 수 있다. 작품은 이런 기대를 충족하되 생각지 않던 재미도 제공한다.
작품은 주인공 '김이상'의 신세 한탄으로 시작한다. 귀농 열풍에 시골로 내려온 김이상의 부모는 1만3200㎡(약 4000평)짜리 포도 농장을 차렸다. 그러나 농사가 고되고 시골 생활이 익숙하지 않자 실직 상태였던 김이상에게 농장을 떠넘긴다.
그 이후 5년간 포도 농사를 지은 김이상은 어느덧 능숙한 농사꾼이 돼 있었다. 어느날 김이상과 그의 농장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1588년 북미 크로아토안 섬으로 옮겨진다. 뜻밖에도 김이상은 상처가 낫는다거나 농장 소모품을 다시 비축할 수 있는 등의 신비한 힘을 얻는다.
그곳에서 김이상은 '로어노크' 생존자들을 구출한다. 로어노크 식민지는 엘리자베스 1세 치하 잉글랜드 왕국이 개척하려 했던 곳이다. 현실에서는 개척에 실패하고 식민지 주민 대부분은 목숨을 잃거나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면, 주인공이 식민지 생존자들을 거둬들이는 과정이 흥미로워진다.
그들은 김이상을 천사로 착각한다. 김이상이 갖고 있는 현대 문물이 과거 사람들에게는 신비한 존재로 비친다. 씨 없는 포도를 먹고 놀란 생존자가 "이런 건 자연에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자 김이상은 "씨는 자신이 없앴다"고 답한다.
김이상은 과거 사람들의 착각이 자신에게 유리할 거라 생각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거나 해명하지 않는다. 그러자 오해는 곧 진리가 된다. 김이상의 말은 구교와 신교 사이 화합을 이끌거나 새로운 경전으로 만들어진다. 뒤늦게 자신이 천사로서 경외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주인공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진=문피아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26/thescoop1/20240726221357252ufln.jpg)
나는 이제껏 일이 닥친 순간순간의 뜻대로만 움직여 왔다. 사람을 죽게 놔두기 꺼림칙해서 잉글랜드인들을 구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지금 '천사'가 됐고, '대추장'이 됐으며, 이제는 '인디언 황제'까지 갔다. (중략) 백인들의 손이 본격적으로 뻗치는 날이 오기 전에 나는 결정해야 한다. 나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나를 따르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중략) 나는 살아남는다. 천사로서.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천사가 되길 결의한 김이상은 정착지를 농장으로 만들고,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규합하고, 흑인 노예를 풀어준다. 잉글랜드와 교류하거나 스페인과 싸우는 등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작품의 매력은 단순히 시간 여행과 농사라는 설정에 그치지 않는다. 김이상이 과거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을 현대 지식과 기술로 변화시키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과거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인간적 갈등과 도덕적 고민도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1588 샤인머스캣으로 귀농 왔더니 신대륙」은대체역사와 농사 이야기를 넘어 흥미로운 서사와 독창적인 상상력을 선보이고 있다. 대체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마니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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