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들이던 오바마, 해리스 지지···힘 받는 해리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입장 발표에 뜸을 들여온 오바마 부부의 지지 선언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직 지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셸과 내가 당신이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면서 “당신을 지지하게 돼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당신이 자랑스럽다”며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바마 부부의 지지에 사의를 표하며 대선까지 남은 3개월간 그들과 함께할 여정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통화는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 여대생 클럽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를 찾았던 지난 24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부부도 별도의 성명을 내고 “해리스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선언 후 곧장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던 다른 민주당 원로들과 달리 지지 표명을 미뤄와 각종 해석을 낳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후보직에서 물러난 바이든 대통령에게 찬사와 위로를 보냈으나,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급하게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을 꺼린 것 뿐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 과거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을 존중하는 시간을 두려는 것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지 표명을 미룬 이유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날 오바마 부부의 지지 선언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가도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할 민주당의 ‘다크호스’로 거론돼 왔던 미셸 오바마 여사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교통정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내 주요 인사들이 이미 해리스 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을 이을 새 후보로 지지하기로 뜻을 모은 데다 현재까지 해리스 부통령 외에는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는 상황이어서 그의 대선 후보 확정이 유력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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