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모든 것이 대체가능한 시대
한명쯤 사라져도 눈 깜짝 안해
직장·인간관계도 마찬가지
대체 불가한데서 진짜 의미 찾길
이제는 모든 것이 대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각종 유튜버, 셀럽, 작가, 연예인 등만 하더라도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아서 누군가 소위 '나락'으로 가서 사라지더라도 세상은 아무 상관도 없이 굴러간다. 100만 유튜버가 논란으로 잠적하더라도 유튜브 플랫폼 자체는 완전히 건재하여 기존의 알고리즘 그대로 굴러간다. 마치 그런 사람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말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인플루언서나 셀럽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언제든 될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뜨는 것만큼 지는 것도 쉽다. 작은 논란에도 그들은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들이다. 아무리 대단한 작가라도 어떠한 논란에 휩싸여 사라져도 그만인데, 어차피 매일 평생 봐도 못 볼 만큼의 작품이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유튜버도 금방 대체될 만한 비슷한 유튜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이 사람이건 상품이건 무척 대체하기 쉬운 존재가 된다. 무엇이든 너무 깊은 애착을 가질 필요도 없고, 세상의 수많은 관심거리로 재빠르게 이동하면 그만이다. 핫플레이스나 힙한 골목도 거의 매일 새로 생기기 때문에 한 번 가서 사진 찍고 나면 그다음에는 과잉된 소비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소진되어 사라져도 별로 상관할 바가 아니다. 예쁘고 멋지고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 세상에 너무 많은 나머지 그 무엇도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소중하지는 않아졌다.
심지어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동네에서 만난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평생 이어지길 바란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인간관계란 티슈처럼 뽑아서 쓰고 대체 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러닝크루에 가입하든, 동네 소모임에 참여하든, 온라인 게임 동호회에 가입하든, 우리는 그때그때 나의 관심이 흐르는 대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애인도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을 때, 그래서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고 믿을 때 더 소중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앱만 켜면 소개팅 상대가 100명씩 기다리고 있는 사회에서는 그런 소중함도 느끼기 어려워졌다.
그런 가운데 대체 불가능한 것들은 점점 더 선택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이'인데, 아이는 한번 태어나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대체 가능한 세상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주는 엄청난 부담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내 일상이 피드로 남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스토리로 24시간 공개하고 사라지도록 하는 게 요즘 트렌드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일 하나에 몰입하여 10년, 20년의 세월을 바쳐 '장인'이 되는 길을 꾸준히 걷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간관계를 '손절'하긴 쉬워도 10년 지기를 두는 것은 드문 일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렇게 모든 것이 대체 가능한 시대일수록, 어떻게 하면 대체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삶에 쌓아 올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갈아 치울 수 있는 관계가 아닌, 서로의 삶을 나누는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을 대충 판단할 때와 깊이 있게 사귈 때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 요즘에는 직장도, 직업도 수시로 바꾸고, 각종 부업 등으로 수많은 일을 해보길 권장하는 시대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든 적당히 맛보고 그만두는 것과 10년, 20년 해내는 것에는 전혀 다른 숙련의 깊이가 존재한다. 한 시대에 범람하는 현상이 있다면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로 그런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온 세상이 휩쓸려가는 방향 가운데에서 결국 우리는 자기 삶을 지켜내며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대체 가능한 시대에는 대체 불가능한 것들에 진정한 삶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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