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익의 모서리] 어떤 자리에 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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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찾는 것은 직장인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요는 고작 지하철에서 제 몸 기댈 자리를 찾는 단순한 일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유용하다는 것이다.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을 제외하면 앉기 위한 자격이나 조건이 따로 없고, 자리에 따른 책임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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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 오죽하면 "앉아 있는 것은 새로운 흡연(Sitting is the new smoking)"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고, 요즘에는 높이 조절 책상을 도입하는 사무실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옛말처럼 서 있으면 앉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찾는 것은 직장인의 본능에 가까운 일이다. 무너지듯이 의자에 앉는 순간의 기쁨이란. 결국 인간에게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를 찾는 일에도 능력이나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얘기다. 7호선 북쪽에 살고 있는 기자가 귀갓길에 앉기 위해서는 군자역이나 건대입구역 즈음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5호선, 2호선 등과 겹치는 환승역이라 빠져나가는 승객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이런 역 근처에서는 미리 환승 통로와 가까운 칸으로 이동하는 것이 도시살이의 지혜라면 지혜다. 서 있는 바로 앞자리에 인근 대학교 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학생이 있다? 축하한다. 곧바로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때로는 조금 더 고급 기술도 부려볼 수 있겠다. 졸고 있는 사람을 체크해보는 것이다. 경험상 졸고 있던 이가 화들짝 놀라며 바로 내리는 경우도 꽤나 많다. 이때 졸고 있는 이와 잠들고자 노력하는 이를 구분하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일부러 눈을 붙이려 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먼 곳까지 가려는 것이니 피해야 해서다. 이 정도를 구분할 줄 안다면 서울시에서 통근하는 직장인으로서 모자람이 없다.
요는 고작 지하철에서 제 몸 기댈 자리를 찾는 단순한 일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유용하다는 것이다.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을 제외하면 앉기 위한 자격이나 조건이 따로 없고, 자리에 따른 책임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격이 필요하고, 책임이 주어지며, 그에 대한 보상까지 따르는 자리라면 어떨까. 이를테면 축구대표팀 감독이나 군대의 사단장 같은 자리 말이다. 책임과 보상이 크다면 그만큼 적절한 이를 찾기 위해 따져봐야 하는 것이 상식일 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대표팀 감독에게 듣고 싶은 것은 팀의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지 "내 안의 뭔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나를 버렸다"는 두루뭉술한 다짐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군 수장에게 자식의 안전을 맡긴 판단을 정상적이라 보는 부모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자리라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직업인인 기자도 노약자석이나 임산부석에 앉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 자리에 앉으면 주변의 눈총을 사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감독이나 사단장쯤 되는 자리에 잘못 앉으면 월드컵에서 실패하거나 생때같은 젊은 군인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니 자기 자리가 아니라는 판단이 선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일어나고, 섣불리 앉았다 혹여 책임질 일이 생겼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는 오래된 속담은 아직 유효해보인다.
[이용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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