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하철역의 즐거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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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너들 사이에서 여의나루역이 인기다.
러너스테이션은 지하철역의 유휴 공간을 시민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펀스테이션(Fun Station)' 사업의 첫 작품이다.
러너스테이션 덕분에 퇴근 후 지하철 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불편을 덜게 됐다는 이용 후기, 얼마 전부터 러닝 크루들의 집결 장소가 여의나루역이 됐다는 한 동호인의 이야기에서 지하철역이라는 공간이 가진 잠재성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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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너들 사이에서 여의나루역이 인기다. 지난 5월 '러너스테이션'으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부터다. 러너스테이션은 지하철역의 유휴 공간을 시민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펀스테이션(Fun Station)' 사업의 첫 작품이다. 여의나루역 2개 층에 걸쳐 조성된 이 공간은 물품보관함, 파우더룸, 탈의실 등의 편의시설과 무동력 트레드밀 같은 체험시설을 갖추고 러너를 위한 베이스캠프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러너스테이션 덕분에 퇴근 후 지하철 화장실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불편을 덜게 됐다는 이용 후기, 얼마 전부터 러닝 크루들의 집결 장소가 여의나루역이 됐다는 한 동호인의 이야기에서 지하철역이라는 공간이 가진 잠재성을 생각하게 된다.
과거 지하철역은 지상과 지하를 잇는 통로로서 이동을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시민과 끊임없는 교감은 지하철역을 더 이상 지상과 다르지 않은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병원·약국·과일가게·카페·펫숍 등 생활 밀착형 상가가 바삐 오가는 발길을 잡아끌고 건대입구역, 광화문역, 선릉역 등에 마련된 예술마당에서는 매달 40여 편의 공연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지하철역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서 지하와 지상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져갔다. 흘러가는 공간이 아닌, 즐기고 쉬고 머무는 공간으로서 시민의 삶에 스며들었다.
여의나루역에 앞서 지난해 패션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신당역에서 선보인 '반스 스테이션 신당'은 지하철역이 가진 무한한 변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회였다. 신당역에는 10호선 계획과 함께 환승 통로로 지어졌다가 활용되지 못한 3075㎡ 규모의 유휴 공간이 있는데, 이곳이 무대가 됐다. 어두운 지하를 밝히는 특수 조명 아래 디제잉 공연과 아트 워크숍, 스케이트보드 스쿨 등의 프로그램을 젊은 층부터 노년층까지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간을 매개로 개인과 개인이, 개인과 자원이 연결되며 신당역만의 개성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하철역의 공간 브랜딩에 대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서울지하철에는 30여 년간 불이 꺼져 있던 신당역 환승 통로처럼 높은 잠재력을 가진 숨은 공간이 여전히 많다. 2호선 시청역·뚝섬역, 7호선 자양역 등이 저마다의 콘셉트로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융·복합과 협업이 이끄는 공간 혁명이 생활 곳곳에 깊숙이 밀려들고 있다. 식당에서 책을 팔고, 갤러리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만나는 시대다. 지하철역은 더 이상 티켓만 파는 곳이 아니다. 자신의 취향·가치관·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게 해주는 곳,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 일상의 회복을 돕는 곳,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체감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걸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서울지하철이다. 많은 이가 공간이 주는 힘을 역설한다. 지하철역이 긍정의 에너지를 차오르게 하고 일상을 다채롭게 하는 공감 가득한 공간이길 바라본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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