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인 네타냐후 "전쟁 끝내라" 재촉만 당해
"네타냐후, 해리스 '전쟁 종식' 공개 발언에 화나"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집권 후 처음으로 미 의회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얻지 못한 채 오히려 전쟁을 끝내라는 재촉만 듣는 형국이 됐다.
26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방미 중인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하마스와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라고 촉구했고 가자지구 민간인 사망과 열악한 인도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의 "전쟁 종식", "심각한 인도적 상황" 등 표현이 현재 진행 중인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해리스 부통령의 이러한 카메라 앞 공개 발언에 대해 화가 났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보도했다.
미국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 종식을 압박한 것은 해리스 부통령뿐만이 아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하면서 가자 전쟁을 끝내고 붙잡힌 인질들을 데려올 휴전안 협상을 서두르라고 촉구했다.
심지어 네타냐후 총리가 믿고 의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전쟁을 빨리 끝내라고 종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만남을 앞두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공보 활동을 잘하지 못해 여론전에서 지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이것을 빨리 끝내야 한다. 왜냐면 세계가 이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너무 길고 너무 과하다"면서 자신이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고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22년 말 재집권 후 단 한 번도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통상 미국은 중동의 맹방인 이스라엘 지도자를 취임 후 몇주 이내에 초청하는 게 관례지만, 네타냐후 주도의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극우성향을 띠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틈이 생겼고 가자 전쟁이 터지면서 그 틈은 더욱 커졌다.
미 의회의 초청을 받아 재집권 후 처음으로 미국에 온 네타냐후 총리는 상·하원 연설을 통해 초당적 지지를 확인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등 지원 약속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지난달 초 미 의회의 초청을 즉시 수락한 데에는 이런 포석이 깔려 있었다.
이를 통해 전쟁을 끝내라는 안팎의 정치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네타냐후 총리는 실제로 의회 연설에서 하마스 소탕 의지를 강조하고 반(反)이란 전선에 대해 지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방미 일정을 앞두고 미국 정계에는 엄청난 사건이 이어졌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놓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이런 미국 정계의 격변은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분산시켰다.
여기에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한 미국 여야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전쟁 종식을 압박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데, 재임 기간 네타냐후 총리와 밀착하며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는 어떠한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의 지지 속에 이스라엘은 아랍권 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개선했다. 또 당시 미국은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020년 11월 8일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선언이 나온 지 12시간 만에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네타냐후는 이번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 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별도로 거론하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미국 외교관인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AP통신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0년간 공화당과 엮이도록 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며 "향후 6개월간 화가 난 대통령(트럼프)과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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