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다고 징징거릴 시간에 염정아·김희선은 왜 잘 나가는지 연구해 보시라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7. 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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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김희선·라미란, 불황에도 종횡무진 일거리가 넘쳐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배우들이 작품이 통 안 들어온다고 한탄들이다. 제작 건수가 줄면 누구보다 타격을 입는 건 단역 배우들이 아니겠나.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 그런데 주연 급으로 그 동안 출연료 톡톡히 챙겼을 배우들이 죽는 소리를 하면 밉상이란 생각이 든다. 마침 배우 정우성이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출연해 소신 발언을 했다. '한국 영화 어려우니 극장 찾아 달라, 우리 영화 많이 봐 달라' 제작발표회에서 이런 소리들을 하는데 자신이 보기에 염치없다는 거다. 정작 당신들은 극장에 자주 가느냐? 묻고 싶다나. 모든 영화를 직접 극장에 가서 보는 정우성. 점점 현장에서 표 사는 게 쉬워지더란다. 그때마다 진짜 영화판이 어렵구나, 실감을 한다고. 이걸 체감하는 배우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맞는 말이다. 방송에서 TV 잘 안 본다, 아예 TV가 없다, 아이들 때문에 TV 없앴다. 이런 말 하는 사람 종종 본다. TV도 안 봐, 영화 보러 극장에도 안 가. 그러면서 작품 수가 줄어서 일이 통 없다고 하소연을 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너도 안 보는 너 나오는 걸 누가 보겠니?' 하고 싶어질 밖에. 잘 들어오던 일이 끊겼다면 혹시 나에게 문제는 없는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일례로 지난해 넷플릭스 <마스크걸>에 출연한 배우 고현정.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김모미'는 이한별이, 성형을 한 '김모미'는 나나가, 이후에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 '김모미'는 고현정이 맡았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고현정이 말하길 감독이 앞부분을 보여주고 싶어 했는데 보지 않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이한별과 나나 분량을 보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니. '3인 1역인데 앞부분을 안 봐? 그래서 감정선이 이어지질 않았구나. 이질감이 느껴졌구나', 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물론이고 감독도 배우를 감당 못했지 싶다. 이후 작품이 잘 안 들어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이렇듯 작품이 통 안 들어온다는 배우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영화, 드라마, 예능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하는 배우들이 있다. 불황을 모르는 김희선과 염정아다. 김희선은 지난해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이 호평을 받았고 얼마 전 MBC 드라마 <우리, 집>과 tvN 예능 <밥이나 한잔해>가 동시에 방송되기도 했다. 염정아는 드라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이 7월 31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또 황정민과 함께 한 영화 <크로스>가 8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고. 그리고 tvN 예능 <언니네 산지 직배송>이 지난 18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김희선이나 염정아나, 다른 장르가 동시에 방송이 되면 몰입을 해칠 법도 한데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자연스레 홍보가 되어서일까?

두 배우의 행보가 비슷하다. 작품 홍보 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것도 같고 또 나오면 크게 화제가 되는 것도 같다. 기본적으로 예능을 몸 사리지 않고 잘 한다. 춤, 노래, 꽁트, 어지간한 건 다 되니까. 흥이며 끼가 충만한, 연예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지 싶다. 유해진이 tvN <밥이나 한잔해>에 나와서 말하길 김희선이 현장 분위기를 더 없이 훈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촬영을 하러 이렇게 오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고.

염정아도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구심점이 되어 촬영장 분위기를 이끈다고. 김혜수까지 있어서 영화 <밀수> 촬영 현장은 매일 매일이 마치 수학여행 같았단다. <밀수> 때 한 팀이었던 박준면이 이번에 <언니네 산지 직송>에 함께 나오는데 덱스도 염정아와 드라마를 같이 찍은 인연이라고 한다. <서진이네2>에 고민시가 있다면 <언니네 산지 직송>에는 안은진이 있다. 이번에 멸치 선별 작업을 함께 하신 어르신께 넌지시 성함을 여쭈는 장면이 있었다. 같이 일한 팀이니까 성함은 알아야 하지 않느냐며 어르신을 살포시 안아드리는데 속이 어쩜 그렇게 깊은지.

염정아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프로그램이다. <밥이나 한잔해>도 김희선이 있었기에 그처럼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왔던 것이고. '김희선'이라는 브랜드의 힘일 게다. 라미란이 리더인 <텐트 밖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라미란도 최근 작품이 없어서 그렇지 김희선. 염정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모두 성공했으니까.

작품 수가 줄어서 일이 없다고 하소연 하지 말고 나는 극장에 얼마나 가고 있는지, 나는 TV 드라마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이참에 정우성의 소신 발언 영상도 한번 찾아보고. 제작이 줄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는 단역 배우들을 생각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지 맙시다. 김희선, 염정아. 라미란 같은 동료들에게는 왜 일이 끊이지 않는지, 연구를 한번 해보시고.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유튜브, 영화 <크로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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