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해리스 연이어 만난 네타냐후···휴전 압박에 ‘마이웨이’ 접을 지는 미지수
해리스도 “휴전 합의, 매듭지어야”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 차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연이어 만났다.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난 자부심이 강한 유대인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로서 자부심이 강한 아일랜드계 미국인 시오니스트에게 50년간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대화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1973년부터 시작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시오니스트’라고 칭할 정도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점을 거론한 것이다.
다만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전쟁 방식을 둘러싸고 주요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입장 차를 내보이진 않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3단계 휴전안’을 수용할 것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남아 있는 견해차를 좁혀 최대한 빨리 합의를 마무리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며 가자지구 전쟁의 지속 가능한 종식을 달성할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전쟁 기간 이스라엘에 막대한 양의 무기를 지원하는 한편 유엔 등 외교 무대에서도 이스라엘을 앞장서 두둔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내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반감이 커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이른바 ‘3단계 휴전안’을 발표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휴전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해 왔다.
최근 재선 도전을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3단계 휴전안으로 대표되는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이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 과제이자 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휴전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지속적인 경고 메시지에도 ‘마이웨이’를 걸어온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런 압박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 의회 연설에서 “완전한 승리 전 타협은 없다”며 기존의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고,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새로운 협상 조건을 내걸며 번번이 어깃장을 놨다. 그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이을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사실상 예약한 해리스 부통령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별도 회동에서 “이스라엘의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가자지구에서 3만9000명이 넘게 죽는 등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회동 뒤 “네타냐후 총리에게 너무도 많은 민간인의 죽음을 포함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고통에 대한 나의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을 거론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합의를 매듭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기본적으로 ‘친이스라엘’인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춰 왔지만,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방식과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에도 불참했는데, 그가 연설을 사실상 ‘보이콧’하며 이스라엘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연설 당시 의사당 밖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반이스라엘 시위대를 향해 “성조기는 결코 그런 식으로 모독 돼선 안 된다”며 “반유대주의와 증오, 모든 종류의 폭력은 미국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에게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위대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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