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주 재선의원-김규현 변호사 접촉 정황…공수처, 녹취록 확보

송유근 기자 2024. 7. 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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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민주당 재선 A 의원 “김규현 변호사가 찾아와”
김 변호사 “민주당 관계자와 교감한 적 전혀 없어” 해명과 배치
‘김 변호사 고소’ 단체 카카오톡방 멤버 경찰 수사도 진행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김규현 변호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이 만나 논의를 이어온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 민주당 의원 “김규현에게 5~6차례 전화 와”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최근 민주당 재선 A 의원과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 창구로 지목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멋쟁해병’ 멤버 중 한 명인 B 씨간 녹취록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공수처는 최근 해당 대화방 멤버들의 통화기록 및 녹취록 235개를 제출받았는데, A 의원과 B 씨간 녹취록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달 11일 오후 10시경 A 의원과 B 씨 사이에 이뤄진 40여 분간 통화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민주당 의원과 접촉한 정황이 담긴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록에는 A 의원이 “(김 변호사가) 저한테 와서 ‘거짓말도 좀 몇 번 했지만 자기는 송모 선배랑 이종호 선배랑 다 잘 통하고 있고, 대화도 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B 씨에게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A 의원은 김 변호사와 만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제가 듣다가 ‘아니 변호사님이 단톡방에 있으면서 같이 골프 모임도 하려고 했으면서 어떻게 이걸(누가 카톡방을 캡쳐했는지를) 모른다고 해요’ 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김 변호사의) 얼굴이 시뻘개지더라고요”라고도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한 언론에 ‘멋진 해병’ 대화방 캡쳐 화면을 제공하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등과 골프모임을 추진했다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가 지속적으로 민주당 국회의원 측에 연락을 시도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변호사와 연락이 닿는 상황이냐’는 B 씨의 질의에 A 의원이 “저는 보좌관하고만 통화하라고 했지, 이후로 한 번도 통화해 본 적이 없다”며 “저한테 (김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지금 한 여섯번 정도 왔네요. 대여섯 번. 저는 괜히 엮이기 싫어서 통화는 안 했고”라고 답한 내용도 들어있다. 김 변호사는 이달 17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민주당 관계자건 누군가 간에 이것과 관련해서 제가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감을 한 게 전혀 없다”고 밝힌 적 있다.

● 민주당 의원 “김규현이 기획자…자신 없으니 언론플레이 해”

공수처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A 의원이 김 변호사를 사실상 제보 기획자로 여기는 듯한 발언도 담겼다. B 씨가 “김 변호사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한다”고 말하자 A 의원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김규현이 뭘 이렇게 될 줄 몰랐어. 이걸 다 지금 기획하고 작업한 사람이지”라고 답한 대목도 담겼다.

이어 A 의원은 “김규현이 이제 (카톡방 멤버와) 엄청 또 친한 척하면서 전화하면서 유도 질문한 것 같다”며 “어찌 됐건 제가 보기에는 김규현과 이종호의 관계는 깊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은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의원은 “저는 김규현 변호사 얘기는 이제 사실 별로 신뢰를 하지는 않는다”며 “지금 보니까 김규현 변호사는 아마 자기도 자신 없고 증거가 불확실하니까 언론 플레이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공수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을 확보했고,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동아일보는 A 의원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A 의원으로부터 답을 듣지 못했다.

● 김규현 vs 단톡방 멤버들 간 진실공방전 격화

한편 김 변호사를 경찰에 고소한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모 씨, 사업가 최모 씨 등은 25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송 씨 등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김 변호사 등을 고소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김 변호사와 처음 알게된 계기, 단체 대화방이 구성된 시점과 배경, 김 변호사가 녹취록을 언론사에 제보한 배경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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