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전협상 타결’ 임박했다는데···이스라엘, 또 어깃장?
‘북부 귀환 피란민 검문’ 추가 요구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철수 거부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한 휴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이 또다시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합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남부로 피란을 온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북부의 집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하는 ‘3단계 휴전안’ 내용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추가적으로 피란민 검문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한 관리는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 북부로 돌아가는 민간인들을 위한 심사 체계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북부로 귀환하는 민간인 가운데 하마스 대원이나 하마스를 지원하는 정보원들이 섞여 들어갈 것을 우려해 이들을 심문해 귀환 여부를 심사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측 요구를 거부했다.
국경지대 이스라엘군 주둔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며 군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도시 라파에 지상전을 개시하며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했고, 곧이어 가자·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에 해당하는 필라델피 회랑 전체를 점령했다. 이에 이집트 정부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증강한 것은 1979년 양국이 체결한 평화협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최근 양국이 국경지대 군 철수 방안을 비밀리에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국경 일대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라파 국경지대를 비롯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단계적 철군’을 명시한 3단계 휴전안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집트 정부 역시 이스라엘 정부의 국경 통제권 주장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안의 틀 밖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공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3단계 휴전안’은 ▲6주간의 완전한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적대 행위의 영구적 종식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이 주요 골자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여전히 협상을 미루고 있고, 그의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미 의회 연설에서 “완전한 승리 전에 타협은 없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미국 정부는 휴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휴전안 수용을 재차 압박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전보다 (합의에) 가까워졌다”면서도 “여전히 격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휴전 기대감이 커질 때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갑자기 새로운 협상 조건을 요구하는 등 주요 국면마다 협상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협상에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전쟁을 끝내라는 압박을 받아온 그가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고의로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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