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공연 중 현악기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요?[알쓸공소]

장병호 2024. 7.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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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국립심포니 제250회 정기연주회
연주 도중 악장 바이올린 줄 끊어지는 해프닝
매뉴얼 따라 악기 뒤로 전달…무사히 연주
"오랜 기간 합 맞춰온 단원들 덕분"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250회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의 한 장면. 이정일 악장과 김민균 악장이 자신의 악기가 아닌 서로 다른 악기로 연주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현악기 줄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30분, 길게는 1시간에 달하는 교향곡 연주 도중 악기 줄이 끊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찔한데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국립심포니) 제250회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에서 그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연주자 4명이 악기 교체해 연주 ‘초유의 사태’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250회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의 한 장면. 이정일 악장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져 악기가 교체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이날 공연은 체코 출신 레오시 스바로프스키 지휘로 작곡가 전예은의 ‘음악 유희’ 세계 초연에 이어 첼리스트 얀 포글러의 엘가 첼로 협주곡 협연, 그리고 메인 프로그램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연주로 이어졌습니다. 스바로프스키의 안정적인 지휘 아래 펼쳐진 호연(好演)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3악장 연주 도중 바이올린 단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국립심포니는 악장이 2명인데, 이정일 악장의 바이올린 줄이 끊어진 겁니다. 하지만 연주자들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정일 악장은 김민균 악장의 악기를 건네받아 연주를 이어갔고요. 김민균 악장은 바로 뒷줄의 이지수 수석의 악기를 받아서 연주를 했습니다. 이지수 수석은 맨 뒷줄에 있던 이은정 단원의 악기를 받아 연주했고요. 이은정 단원은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들고 잠시 퇴장했다 4악장 시작 때 줄을 교체한 바이올린을 들고 다시 입장해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국립심포니에 따르면 4명의 연주자가 자신의 악기가 아닌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철저히 매뉴얼을 따른 것입니다. 악장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졌을 때는 이렇게 대처를 한다고 합니다. 모든 악단의 공통된 매뉴얼이라고 합니다.

①악장은 옆에 앉아 있는 수석의 바이올린을 건네받는다. → ②악장의 바이올린은 맨 뒷줄에 앉은 단원에게 전달되고, 뒷줄에 앉은 단원의 바이올린은 수석에 전달된다. → ③끊어진 현을 받은 단원은 무대 뒤에서 끊어진 줄을 교체하고 다시 연주한다.

“50년 음악 인생 처음…단원들 믿고 연주 마쳐”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250회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의 한 장면. 이정일 악장의 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전달 받은 이은정 단원이 줄을 교체하기 위해 무되 왼편 출입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이날 공연은 성공적으로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이정일 악장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그는 “음악 인생 5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며 “현이 ‘텅’하고 끊어지는 순간 마음이 ‘쿵’하고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17~18년간 호흡을 맞춰온 김민균 악장이 있었기에 금세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연주에서 끊어진 줄은 바이올린에서 가장 가는 ‘E현’이었다고 합니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2악장의 절정에서 E현을 강하게 연주해야 하는데 그 순간 줄이 끊어졌답니다. 이정일 악장은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혹스러움을 내비칠 수 없었다”며 “줄이 끊어지자마자 자연스럽게 김민균 악장의 바이올린을 건네받아 연주를 이어가기에 바빴다”고 연주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습니다.

아무래도 쓰던 악기가 아니라서 연주가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무사히 무대를 마쳤고, 관객 중 바이올린 줄이 끊어진 사실을 아는 이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정일 악장은 “김민균 악장과 저의 케미스트리가 환상적이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온전히 무대에 집중해 준 제1바이올린 단원들에게도 감사하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10여 년 합을 맞춰온 단원들의 합의 결과물인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습니다.

첼로·더블베이스도 같은 매뉴얼 적용돼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250회 정기연주회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의 한 장면. (사진=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본 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첼로나 더블베이스 처럼 큰 현악기의 줄이 끊어졌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지 말이죠. 국립심포니 관계자에 따르면 현악기는 악기 크기와 상관없이 똑같은 매뉴얼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다만 첼로나 더블베이스는 바이올린보다 줄이 굵어서 연주 도중 줄이 끊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네요. 다만 더블베이스의 경우 부수석의 활이 부러져 맨 뒷줄에 있는 단원의 활을 받아서 연주한 적은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더블베이스 줄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재준 국립심포니 더블베이스 수석은 “아마도 아찔한 상황일 것 같다”며 “더블베이스는 악기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연주 중 악기 이동은 방해가 되므로 악장 사이에 지휘자에 양해를 구한 뒤 악기를 교체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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